대부분 외부 단체 공연, 지역문화제 의미 퇴색

행주문화제가 지나치게 외부 초청 공연 위주로 이뤄져 지역문화제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오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행주산성 일대와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행주문화제는 택시쇼 위령굿 풍물놀이 봉산탈춤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대부분의 공연을 고양시가 아닌 타 시도의 공연 단체들이 맡고 있다. 이 중에 '환상의 비눗방울'이라는 비눗방울 공연은 일본인 오쿠다 마사시가 진행한다.

 행주산성 문화제는 임진왜란 당시행주산성에서 큰 공을 세운 권율 장군의 승전을 기리고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화합의 한마당을 이루는 것이 당초 행사의 취지. 시민들은 "최근 몇 년간 행주문화제가 볼거리 중심의 거리 축제에 머물러 주제가 뚜렷이 부각되는 특색 있는 문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대부분의 행사를 외부 단체에 맡기면 지역민들은 들러리나 서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민들은 또 "고양시민들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행주문화제가 지역의 인물과 역사, 자연을 담아낼 수 있는 차별화된 지역문화제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주문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고양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호수공원의 수변무대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야외 공연위주의 문화제보다는 지역문화의 특색이 살아있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문화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행사의 취지를 지역민,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알리려면 기획단계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적인 제약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행주문화제을 개막하기까지 3∼4 개월의 준비기간동안 지역문화 고유의 콘텐츠를 새롭게 발굴하는 것은 실제로 어렵고 이런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적극적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양문화재단의 조정윤 전문위원은 "예년의 경우 호수공원에서 이뤄지는 도시형 야외축제가 행주문화제에 대한 홍보효과가 높았고 만족도 역시 높았다"라면서도 "그러나 행주문화제의 취지인 '행주의 얼'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축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일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봄에는 행주산성일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제를 열고 가을에는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도시야외축제를 여는 이원화된 문화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전문가들과 주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행주문화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행주문화제 고유 브랜드 개발= 지역문화제는 그 지역의 자연경관, 역사성을 지닌 유물이나 사적지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행주산성에서의 고유제, 위령굿, 궁도대회의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이밖에 추가할 수 있는 지역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획단계에서부터 지역문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흡수한 다음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여 홍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이 행주문화제하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고유의 이미지를 가질 때, '행주문화제'라는 브랜드가치는 상승한다.

 ◆수요만 쫓다가는 다른 지역 문화제와 차별화 안 돼=
지역문화제의 고유한 컨텐츠는 처음부터 시장인지도와 수요가 높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획단계에서 시장수요만 좇아 테마를 결정한다면 지역문화제의 특성을 살릴 수 없다. 시장 수요만 좇다가는 단발성에 그치는 이벤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관청 중심으로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강요한다면 지역민들의 자발적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따라서 축제로서의 '즐거움'과 지역문화 행사로서의 '의미성',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어떤 식으로 형성시키는가의 문제를 기획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 기획에 대한 노하우 축적 = 국내에서 성공한 지역축제 사례들의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여 행주문화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유네스코 NGO 공식협력단체인 국제민속축전기구(CIOFF)의 공식 협력 축제로 지정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의 경우, 남사당패의 줄타기, 풍물놀이, 살판(땅재주 놀이), 탈놀음, 덜미(인형극), 버나놀이(접시돌리기) 등을 소개하여 국내외적으로 지역문화의 특성과 유희성을 동시에 충족시킨 성공적 문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병우 sultan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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