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 / 전 고양시의원

의정비 인상보다 신뢰 획득이 먼저
의정활동 공개 등 의회 개혁 필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인상을 두고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물론 어차피 지방의원 유급제가 된 마당에 의정활동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어쨌든 의정활동비 인상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굳어졌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의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정활동비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양시의회도 연봉 3700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600만원(약 16%)이 인상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1년 만에 연봉을 16% 이상 인상하는 것은 큰 폭의 인상이 아닐 수 없다.

연봉을 인상할 때는 보통 그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이 주장하는 의정활동비 인상근거가 통상적인 임금인상폭이나 물가상승폭, 또는 공무원 임금 인상폭이 아니라, 막연히 부단체장급이나 국장급은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궁색한 논리가 결국 시민들에게는 연봉인상이 지방의원의 위상과 권위를 돈으로 메워보려는 이기적인 행위로 비쳐지고 있다. 오히려 연봉 인상에 앞서, 추락한 지방의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시정을 책임감 있게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나서는 게 순서이다.

나는 지방의원 유급제가 지방의원의 전문성과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정활동비 인상은 지방의원의 역할, 특히 책임과 의무에 대한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의원 유급제 이후 직무와 관련 있는 영리행위 금지 등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도입에 대한 주민여론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또한 각종 회의 등을 완전히 개방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의회의 투명성도 미진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 시의원들의 각종 부패비리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젊고 의욕 있는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과 보다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의원유급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의정활동비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에도 이의를 달지 않겠다. 그러나 의정활동비가 책정된 지 1년 만에 구체적인 근거와 명분 없이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은 의원유급제와 자치정신에 맞지 않는다. 과연 유급제 이후 1년여 동안 의원들의 활동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기에 연봉을 그렇게 많이 올려달라고 하는지 되묻고 싶다.

따라서 의정활동비 인상에 앞서 지방의회 개혁을 위한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지방의원들의 영리행위에 대한 제한과, 이해충돌이 예상되는 의정활동에 대한 방지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의정활동이 주민들에게 무제한 공개되어야 한다.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등에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방청하고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의정활동이 이루어지면, 오히려 주민들이 앞장서서 지방의원들에게 연봉인상이라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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