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차에 당신이 모르는 낯선 손님이 숨어 있다면?
한적한 야외에 차를 세워 두었는데 야생동물이 자신이 모르는 사이 차에 몰래 숨어들었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지난 6일 오후 4시 40분. 소방서 119구조대에는 한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차에 동물이 타고 있어 도로 한가운데 차가 멈춰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대원들은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차에 타고 있던 동물이 소란을 피운 것이라고 짐작하고 올가미를 준비하고 현장으로 출동.
원당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5백여 미터를 가자 코란도 차량이 본내트를 열어둔 채 중앙선에 아슬아슬하게 멈춰 있었다. 차량 주인은 구조대원들을 보자 다급하게 본내트 안을 가리켰다.
아! 안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앞다리 한쪽이 벨트에 끼어 날까로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서울에 사는 윤 형원씨(가명)는 사업관계에 있는 손님과 식사를 하기 위해 성사동에 있는 한 야외 음식점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뒀는데 이때 야생 고양이가 숨어든 것.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찾아 윤씨의 차 밑으로 기어들었다. 먼 거리를 주행해 덥혀진 본내트까지 기어 올라가 느긋하게 잠들어 있던 고양이는 식사를 마친 윤씨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타고 시동을 건 순간 벨트에 고양이의 앞다리가 끼어 버렸다.

윤씨는 차를 몰고 음식점을 벗어나 대로에 들어서는 순간 차의 핸들이 조절이 안돼 방향을 잃고 중앙선에 멈춰 섰다고 전했다. 윤씨가 본내트를 연 순간 아연실색할 수밖에. 고양이로 인해 밸트 하나가 정상위치를 벗어나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올가미를 걸려는 순간 고양이는 날까로운 비명을 지르며 잘린 앞다리를 놔둔 채 인근 야산으로 줄행랑을 쳤다.

한 구조대원은 “고양이 때문에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라며 “이번 사고는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매번 본내트를 열어볼 수도 없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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