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련 등 “강력 투쟁” 결의

▲ 전노련은 고양시청 앞에서 노점상 자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고양 시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고양지회 소속 회원이 공원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2일 일산서구 일산3동 경의선 산책로 공원 소나무에 밧줄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던 것을 이날 오후 12시15분쯤 시험을 보고 하교하던 고교3학년 최모군 등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이하 전노련), 전국빈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고 이근재 동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고양시 노점탄압 책임자 처벌과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를 포함한 전노련 소속 50여명의 회원들은 15일 오전 11시 고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대위는 “고양시가 7개월이 넘도록 용역깡패를 투입하여 노점상에 대한 아무런 생계대책도 없이 폭력적으로 단속을 했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용역깡패를 고용해 노점상을 단속한 강현석 고양시장은 고 이근재씨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근재 씨(48세)는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인근 초등학교 앞에서 부인 이모(45)씨와 함께 붕어빵 등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노련은 “이씨가 자살하기 하루 전인 11일 고양시가 고용한 400여명의 노점단속 용역원에게 노점상들이 폭행을 당했고 이 중에 이씨가 포함된 점을 미루어 보아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또 “대대적인 노점단속이 진행된 11일 단속 용역 400여명이 남성 노점상들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 린치를 가하고 여성 노점상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고 주장했다. 또 현장을 촬영하던 노점상에게 몰려가 필름을 빼앗고 카메라를 부쉈으며 이같은 폭력단속으로 이날 8명의 노점상들이 심하게 부상을 당하였다는 것.

이날 현장에 있던 김윤아 씨(28. 여)는 “화정 로데오거리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데 갑자기 트럭 2대에서 뛰어내린 깡패들이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며 “깡패들이 한 여성들을 에워싼 후 마구 짓밟았다는 걸 보았고 이 폭력장면을 찍은 노점상인의 캠코더의 테이프를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의 관계자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상에서 노점행위를 한 노점상을 대상으로 계도단속을 했을 뿐이지 폭력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이근재씨의 시신은 현재 일산복음병원에 안치되었다.

....노점상 시위 현장 보고

물대포, 굴삭기 등 정면 충돌
‘양극화’ 적나라하게 노출돼

 

전국노점상연합회의 고양시청 앞 시위 현장은 한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밤에는 컨테이너박스가 불에 시청 앞이 화염에 휩싸였고 낮에는 굴삭기가 동원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이 그만큼 깊은 것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것을 실감케 하는 시위였다. 이번 시위의 안팎을 중계하면서 성찰의 자료로 삼고자 한다.
 
○… 숨진 이 씨는 외환위기 때 다니던 회사가 망해 실직한 후 10여 년 전부터 고양시 서구청 앞 주엽역 인근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붕어빵을 팔고 부인은 옆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팔았는데, 변변치 않은 수입이었지만 안 먹고 안 쓰며 남매를 대학까지 보냈다고 전해져 이 씨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 노점상 단속이 있던 11일 현장에 있었던 한 노점상에 의하면 검은 모자에 조끼를 입고 군화까지 착용한 채 온몸에 문신을 한 200여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트럭에서 내려오자 말자 닥치는 대로 노점을 부수고 집기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용역직원들은 가판대마저 끌고 가려고 애썼는데 그 이유는 가판대를 챙김으로써 수당이 생긴다는 것이다.

○… 대규모 집회 전날인 15일 이 씨의 죽음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진 대책위 소속의 20여명은 기자회견 후 고양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러 시장실을 직접 방문했지만 시청직원들이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직원과 대책위 관련자들 사이에 몸싸움과 욕설이 오고갔고 얼마 후 강현석 고양시장은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시청을 빠져나갔다. 이후 대책위 관련 2명이 시장실로 진입이 허용되었고 시장대신 시장실의 직원이 공개서한을 받았다.

○… 16일 오후 경찰은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뿌리고 일부 시위대는 정문 너머로 돌멩이 등 격렬한 시위를 하는 장면을 고양시청 직원들이 청사 옥상에 올라가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이때 촬영된 사진은 다음날 고양시청의 보도자료로 사용되었다.

○… 16일 화정역 집회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참가해 영세민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으며, 숨진 이근조 씨의 부인(45)은 연단에서 ‘남편에게 보내는 글’을 읽다 실신하기도 했다.

○… 고양시는 사망한 이 씨는 직접노점상을 하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주엽동 문화초등학교 앞 보행자전용도로에서 붕어빵 등 손수레 노점을 했고, 이 지역은 노점단속 중점 대상인 중앙로에서 750여미터 떨어져 있는 곳으로서 최근 3년 동안 단속을 당해 과태료를 부과받았거나 철거를 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 시청 관계자에 의하면 전노련 노점상인들의 폭행으로 공무원 및 용역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실제사례가 있는 등 오히려 전노련측도 폭행을 자행하는 측면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용역원만 폭행을 가한다는 전노련측 주장은 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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