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누리, 탄생 90주년 기념 페스티발

“내가 고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20년 전이나 15년 전만 일찍 고국에 자유로이 갈 수만 있었더라도 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작곡을 가르치고 외국과의 교류나 남북간의 음악교류, 그밖에 나의 오랜 소망인 남도창을 현대화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고향 통영의 바다와 섬들을 그리워하다 잠든 고 윤이상 선생(1917∼1995)의 이 편지에는 음악으로 남북을 소통시키고자 하는 바램이 녹아있다. 그런 고인의 탄생 90돌을 맞은 올해 한국에서 윤이상을 추모하는 헌정 음악마당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윤이상 탄생 90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개막돼 국내외 음악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번 페스티발의 특징은 국내 국악계에서 윤이상의 음악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국악의 현대적 재생 작업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던 윤이상이었기에 11월 9일 국립국악원에서 ‘국악과 윤이상의 만남’을 통해 소개되는 국악작품들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번 페스티발에는 선생의 대표곡, 초연곡 연주, 콩쿠르, 심포지엄 등의 딸림 행사들과 더불어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눈을 끈다. 남편의 진실한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귀국을 거부해왔던 부인 이수자(80)씨가 지난 9월 10일, 40여 년 만에 돌아와 윤이상음악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또 동베를린 사건 당시 구명을 위해 뛰었던 프란시스 트라비스를 비롯해 니콜라우스 후버 등 현대음악 거장들도 찾아왔다.

페스티발의 개막 연주로 서울 예술의 전당 곤서트홀에서 그동안 고인의 곡을 수 차례 초연한바 있는 트라비스와 정지용이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한 것을 비롯해서 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회,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등의 연주회가 열렸다.
한편 폐막 공연은 그가 숨진 11월2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다. 독일에서 활동중인 지휘자 구자범과 KBS교향악단이 교향곡 4번 ‘암흑 속에서 노래하다’를 들려준다. 한편 북한 평양 윤이상음악당에서도 10월20∼22일에 기념음악회가 열리고,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콘서트홀에서는 11월8∼10일 윤이상 앙상블의 밤과 심포지엄 등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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