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빛으로 엮은 추상 – 이준 展

50년대 기하학적 추상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경향을 확보한 남사(藍史) 이준 화백.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으로 올해 나이 89세의 이 노화백이 70여년에 이르는 화업을 결산하며 회화와 스케치 등 140점을 출품하는 대규모 작품전을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에서9월 21일부터 개막했다. 15년 만의 개인전으로 70년에 이르는 그의 화업을 시기별ㆍ화풍별로 정리한 이 전시명은 ‘자연의 빛으로 엮은 추상’.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이준 화백은 1950년대까지의 구상회화에서 벗어나, 1960년대 말부터 선과 면의 기하학적 패턴이 주요 구성요소가 되는 기하추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따뜻한 색채와 서정적 작품명은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와 어우러져 형태 고유의 차가운 이미지를 대체시키고 있으며, 자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추상이라는 점에서 한국근현대 기하추상회화의 독자적 경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다가 1973년 파리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의 작품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더욱 정교한 색분할과 색띠가 나타나는 기하학적인 추상화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구성주의적 회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준의 추상작품 속에는 항상 원이 있고, 삼각형과 사각형이 있다. 어찌보면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일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은 자연의 눈부신 색채와 역동성을 포착하고자 한 감수성이 오롯이 배어 있어 따뜻하게 다가온다. 전시에는 화풍과 시기별로 70여점의 추상작품과 50여점의 스케치 등 총 140점이 출품돼 노 화백의 장구하고도 다양한 화업을 포괄적으로 살피도록 했다. 이번 회고전은 오는 12월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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