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해 현 / 일산동구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매니페스토는 국민에 대한 ‘정책서약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 꼼꼼히 따져봐야

우리나라에 민주적인 공직선거가 실시된 지 어언 60여 년이 되었다. 그동안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각계 각층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왔다. 그리하여 외형적으로는 돈 선거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내용면에서는 여전히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 관계와 비방·흑색선전 등의 부정적 선거운동방법에 의존하여 당선되려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국민통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선거가 오히려 정치불신을 불러일으키고 국민간·지역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제 이러한 잘못된 선거관행을 타파하고 우리나라 선거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선거개혁운동으로서 매니페스토(Manifesto)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가고 있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한마디로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공약”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정책공약은 지키지 않아도 무방한 막연한 것이었으나, 매니페스토는 선거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식적으로 문서화하여 선거기간 중에 공표하는 국민에 대한 ‘정책서약서’라고 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어원은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의 합성어로 약속 이행을 다짐할 때의 선언 또는 서약을 의미한다. 즉, 후보자는 당선되었을 때 임기 중에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시기, 예산확보 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것이고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이 구체적인지, 측정 가능한지, 달성할 수 있는지, 정책이 타당한지, 시간 계획이 있는지의 여부를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영국과 일본에서 매니페스토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 실시된 5.31지방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는데 이러한 매니페스토를 “참공약 선택하기”라고 부르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사회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시대정신을 선택하는 행위이며, 국가원수이면서 대표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행정권력의 수반을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각 정당 대선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공약은 선거 때만의 깜짝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책임있는 대국민 약속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국정운영계획서를 국민들에게 문서로서 제출하고 그것을 통해 선택받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이 정책선거 실천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통령선거가 잘못된 선거관행을 근절하고 정책선거를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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