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 백신초 특수학급 교사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힘겨운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특수교사로서 지면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장애아동들은 학교수업을 마치면 언어치료며 사회성 치료 등을 받느라 분주하다. 덩달아서 부모도 바쁘게 움직인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그 흔한 부부모임이나 동창회 등에 한 번 참석하기도 쉽지 않다.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맘 편하게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 장애 형제들은 “혼자서도 잘해요” 라는 기치아래 스스로 잘 자라주기도 하지만 그들도 사랑이 한창 필요하기에 또 다른 문제점을 갖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어머니의 몫이어서 그들은 쓰러질 시간도, 앓아누울 여유마저도 없다. 힘겨워하다가도 장애아동에게 유익하다면 불에도 뛰어들 태세로 달려간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아오면서 사회가 이들에게 몇 가지 안전장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장애를 이들만의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이 최전선에서 총탄을 맞아가며 버텨주는 것에 고마워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장애아의 부모들이 그 장애아의 부모로 버텨주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위대한 일인지 모른다. 사회는 장애아의 부모들이 잠시라도 그들의 아픔을 달래고 피로를 회복할 시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려면 최소한 동 단위로 장애가족 지원센터가 있어서 그들의 가족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 아동을 잠시 맡길 수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장애아의 어머니가 잠시라도 사회 참여의 마당에 설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 장애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을 사회가 책임져 주어야 한다. 장애아가 학교를 졸업하고 제대로 자립을 하지 못하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다. 부모들은 또다시 장애아에 묶여서 그들의 인생을 꾸려나갈 기회를 박탈당한다. 물론 부모가 자기 자식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장애아의 부모라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보시길. 무척 힘들 것이다. 장애아도 자립의 기회를 갖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빠진다. 장애아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는 것은 장애아와 장애아 부모의 인간적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그들의 일’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장애아들은 일을 익히는 것이 더디고 서툴지만 성실하다. 그들의 성실성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에도 결코 손해가 나는 일이 아니다. 장애아들이 자립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사회에 보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부모도 그럴 것이다.
어느 교육 철학자는 현재의 시장경제는 발전과 성장, 경쟁, 소비, 세계화를 추구하지만, 교육은 공존, 평화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사회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 장애아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의 힘겨움과 소망에 주목하자. 장애아 부모의 짐을 우리 모두가 기꺼이 나눠지려고 할 때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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