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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서가에 책이 없다.1인당 장서수 0.62권…학습실 용도 치중
  • 박수연 기자
  • 승인 2007.11.09 00:00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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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사진  
 

올해 고양시에는 아람누리도서관을 비롯해서 주엽어린이도서관, 화정어린이도서관, 행신어린이도서관 등 4개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로서 고양시는 시립도서관 6개와 어린이도서관 3개 등 모두 9개의 시립도서관을 가지게 됐다. 도서관 규모면에서는 문화의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의 속 사정은 어떨까? 이제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눈을 돌려 도서관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의 도서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양시 도서관은 어떤 고민들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경기도내 도시 중 도서관 최다
고양시는 경기도 내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인구수가 고양시(92만)와 비슷한 경기도 내 지자체의 시립도서관 수를 살펴보면, 부천시(86만)가 5개의 시립도서관을 가지고 있고, 수원시(100만)가 8개의 시립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고양시정보문헌사업소는 아람누리도서관은 자료열람 위주의 도서관으로 운영하면서 해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외국자료실을 열어 도서관 본연의 전문적인 정보서비스 기능의 수행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어린이도서관은 2만 여권의 장서와 함께 유아를 위한 유아전용방, 이야기방, 수면방 등과 아동들을 위한 어린이 자료실, 멀티미디어 자료, 다목적 홀 등 어린이들에게 최첨단 독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도서관 개관과 함께 장서량에 있어서도 연말까지 약 58만 여권을 보유해 경기도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장서량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해서 고양시민들에게 큰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4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고양시 시립도서관을 살펴보면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킨 부분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많다.

서가에 책이 없다

아람누리 도서관은 고양아람누리 문화공간에 위치해 아람누리의 문화예술 위상에 걸 맞는 다양한 문화예술 서적과 최첨단 디지털 자료, 외국어자료를 그 특징으로 강조하며 문을 열었다. 특히 다른 도서관에는 없는 외국어자료실은 고양시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전문자료를 찾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아람누리도서관 지하1층 외국자료실을 찾은 시민들은 실망감만 안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픽 관련 자료를 찾아 아람누리 도서관을 방문했다는 한 시민은 텅 비어있는 서가에 놀랐다며 “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문을 열기보다는 좀더 서가를 채운 후에 문을 열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아람누리도서관의 외국자료실의 자료는 약 2600권 정도이다. 서고는 아직 대부분이 비어있고 디자인이나 사진, 의학 등 외국의 전문자료를 찾아 방문한 시민들을 만족시킬 전문서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아람누리 심재현 관장은 “아람누리 도서관의 올해 도서구입 및 운영비는 4억 5000만원인데 그중 1억 원 정도를 외국자료 구입을 위해 사용했다”며 “외국서적의 경우에는 전문서적이 중심이 되다보니 가격이 국내서적에 비해 많이 높아 구입 권수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진 열람봉사업무 담당자는 아직 책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개관 첫해 도서관에 서가가 꽉 채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개관과 함께 2000여권의 외국서적을 마련했고 지난 4개월 동안 이용객의 희망도서 신청을 통해 약 5∼600권의 도서를 더 구입했다. 앞으로 3∼4년이 지나면 시민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풍부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담당자는 “고양정보문헌사업소는 2010년까지 고양시 1인당 장서수 1.23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양시의 1인당 장서수는 0.62권으로 OECD 국가들의 1인당 2∼3권 수준 뿐 아니라 경기도에서 공공도서관 사업을 통해 기대하고 있는 1인당 1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람누리 도서관은 개관과 함께 약 2만 8000여권의 책들이 진열돼 전체도서공간의 4분의1을 채우고 있다.
김경희 시의원은 “개관 1년이 안된 도서관이 충분한 책을 보유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대차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부천시에서 활발히 운영중인 상호대차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책을 선택해 가까운 도서관에서 대출받는 도서대출서비스로 새로 개관한 도서관에서도 풍부한 도서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중복되는 도서 구입비를 절약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등 다방면에서 효율적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새벽부터 줄서는 도서관 풍경

아침 7시 40분, 마두도서관입구에는 많은사람들이 도서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공인중계사 시험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는 조혜순 씨는 “10시 이후에 오면 조용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사람들이 들락거리지 않는 자리를 맡기 위해 일찍 도서관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도서관은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실의 의미가 강했다.
전문가들은 도서관의 형태가 학습실형에서 대출형으로, 그리고 체제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습실 중심의 도서관은 장시간 공공도서관을 점령하는 학생들에 의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대상을 한정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습실 형 도서관을 벗어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도서관 관계자들은 말한다.

고양시에 있는 6개의 시립도서관 중 열람실이 있는 도서관은 아람누리 도서관을 제외한 5곳으로, 마두도서관 397석, 행신도서관 478석, 원당도서관 276석, 화정도서관 530석, 백석도서관 234석이다. 마두도서관의 경우 지하에 162㎡ 열람실과 지상1층에 313㎡ 열람실이 있어 열람실의 면적이 475㎡로 자료실 전체 면적 1778㎡ 중 약 1/3정도의 공간을 열람실로 사용하고 있다.
마두도서관 장주민 민원담당자는 마두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 중 절반정도가 열람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8시부터 문을 여는 열람실의 일일 이용인원은 시험철에는 1200명, 시험기간이 아닌 비수기에는 약 600여명 정도로 자료실의 1일 대출인원이 약 5∼6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그 수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두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을 대출형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열람실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열람실 이용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마두도서관 장주민 민원담당자는 “도서관의 기능이 변하면서 열람실이 예전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이기는 하지만 마두도서관의 경우, 현재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열람실 축소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람누리도서관 이은진 열람봉사업무 담당자는 “자료실의 이용을 최대화하고 도서관을 책과 놀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열람실 없는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열람실이 있으면 식당과 매점은 함께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도서관 내에 음식물 냄새가 배이고 자료실에 과자를 가지고 오는 등 청결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자료, 즉 책이 많아야 하는 것이 필수. 장서량이 늘어나면 도서관 내 공간 부족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한정된 도서관 공간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열람실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서관 찾아 헤매기
원당도서관은 큰 길가가 아닌 골목길 사이에 위치해 있어 모르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마두도서관은 암센터 근처, 백석도서관은 일산병원 근처에 있어서 위치적으로 주택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도서관대회에서 청주 기적의도서관 서일민 씨는 “공공도서관은 그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어야하므로 위치는 주민들의 접근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봉사대상 지역 내의 중심지에 선정되어야 한다”며 “선진국의 경우, 도시계획 초기에 교통이 편리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도서관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르다. 과거에 지어진 도서관들은 ‘도서관은 한적하고 조용한 위치여야 한다’는 선입견 아래 지어져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올해 만들어진 도서관들을 보면 접근성에 있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아람누리 도서관은 중앙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3곳의 어린이도서관은 아파트와 학교 가까이에 지어졌다.
하지만 표면적인 위치만 생각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내년 개관 준비중인 한뫼도서관은 위치는 대로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지만 중산에서 도서관을 오려면 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치적으로는 좋지만 도로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경희 시의원은 중산지역의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산과 한뫼도서관을 잇는 구름다리를 만들어 안전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도서관의 접근성을 논의할 때는 다방면으로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dus0325@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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