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환 / 전 경기도의회 의원

대형 사업의 예산 집행 철저하게 따져야
의원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습득해야

행정사무감사란 지방의회가 당해 연도 예산을 심의 결정해 각 실무 분과에 배당된 예산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시민의 혈세를 불요불급하게 쓴 것은 없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국회나 지방의회에 주어진 가장 중추적인 업무가 바로 예산심의 및 행정사무감사라 할 수 있다. 우리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가지 시책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일궈낸 성과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시민들의 요구를 대신해 올바른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것이 지방의원으로서 시민들에게 부여받은 중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차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을 때 다음 연도 예산을 결정하는 데 보다 정확한 예산을 결정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의 시책 사업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 관계로 행정사무감사는 각 상임위별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고양시의원으로 일했던 본인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행정사무감사에서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대형 사업에 대한 감사가 철저하지 못했던 것이 떠오른다. 대형사업에 대한 감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규모가 방대한 사업은 특별한 전문지식을 가지지 않고는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사업의 감사는 변죽만 울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1998년 고양시 대홍수 때문에 곡릉천 제방의 붕괴로 주변 농경지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시건설위원회를 주축으로 수해대책특위를 구성, 홍수 피해지역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맞닥뜨린 현장은 많은 모순점을 안겨주었다. 거기서는 하천정비 공사에 예산을 소모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제방 붕괴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천정비공사로 인한 시설물들이 오히려 홍수 때 물흐름을 제방 한곳에만 집중시켜 제방 붕괴의 원인이 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집행부에 하천정비공사로 인한 시설물의 최소 수량만을 철저하게 조사해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고했어야 했다. 그때 소모적인 하천정비공사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의 선량으로서 할 말은 꼭 하고, 지적할 것은 꼭 지적하는 곧은 마음의 자세가 행정사무감사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는 대형 도로사업에 대해 감사할 때 느낀 점도 말하고 싶다. 대형 도로사업에는 공동도급방식이 적용되는데 제대로 법을 지키는 건설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전해 듣고 여기에 대한 문제점을 숙지한 채 감사에 임했는데 정말 여러 대형 도로건설 사업현장에서 어느 한 곳도 공동도급제에 대한 규정을 지키는 곳이 없었다. 공동도급제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고 공사현장에는 지역 공동도급자의 책임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감사 때 현장소장이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경질된 사실도 있었다.

본인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거치면서 행정사무감사의 중요성을 이제 와서 절감하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년도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려면 당해 행정사무감사가 철저하게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행정사무감사를 할 수가 있을까. 본인의 경험으로는 모든 감사를 혼자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분야만큼은 전문가의 조언을 충분히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감사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 잘 되고 어떤 사업이 잘못 되었는지 감사에 임하기 전에 전문가의 조언과 사업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감사에 임해야지 집행부에 신청한 감사 자료만 가지고 감사에 임했을 때 정확한 감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누구나 쉽게 지적할 수 있는 분야만 감사가 이뤄져 중복감사라는 비효율을 낳게 된다. 고양시도 킨텍스 확장사업, 차이나타운, 스포츠몰, 도로사업 등 대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철저한 감사를 하려면 내가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감사에 임하는 것이 시민의 혈세를 지키는 선량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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