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옥 / 한국외국어대 연수평가원 교수

건물만으로는 브랜드화 달성 어려워 ... 철학과 전통이 있는 것을 내세워야

고양시에 둥지를 튼지 어언 10여 년이 흘렀다. 동북아 최고의 국제전시장 킨텍스 옆에 살면서 지난 10여 년 간 고양시의 눈부신 발전 모습을 뒤돌아보면 뿌듯하고 흐뭇하다.
이제 바야흐로 인구 100만 명 시대를 앞둔 고양시가 인구 증가에 걸맞게 다양한 변신과 발전을 꾀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걸어가서 ‘호두까기 인형’을 구경할 수 있는 고양시의 첫 전문예술공간인 어울림극장의 개관에 이어 얼마 전에는 정발산 자락 아래 그 이름도 예쁜 아람누리 극장이 개관되어 고양시의 문화거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방송영상 산업의 꽃인 브로멕스 프로젝트는 머지않아 고양시를 명실 상부한 방송산업의 메카로 만들어 놓을 것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문화자체가 생산과 유통의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될 한류우드타운까지 완성되는 날엔 고양시는 한국문화의 메카로서 전세계인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일찌감치 뉴스위크지는 고양시를 세계10대의 역동적인 도시로 선정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적인, 세계적인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해서 고양시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다른 도시가 해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완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뒤집으면 그만큼 특징이 없어지는 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요즈음 기업이나 각 도시에서 브랜드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자신을 남과 구분하고 특징짓게 하고 싶은 욕구에서 일 것이다. 브랜드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기호, 디자인, 레터링 등을 브랜드 마크라고 하며 브랜드명 또는 브랜드 마크 가운데에서 그 배타적 사용이 법적으로 보증되어 있는 것은 상표(商標:트레이드 마크)라고 한다’라고 되어있다 말하자면 남과 다른 배타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시의 트레이드마크는 무엇일까? 킨텍스? 복합문화공간? 화훼단지? 꽃 박람회? 내가 이 도시에 짐을 풀 때만 해도 고양시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꽃’ 이었다. ‘꽃과 호수의 도시’라고 도시 곳곳에 써 있던 글귀들이 어딘지 모르게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아름다운 꽃들도 지천으로 많았다. 특히 매일같이 드나드는 자유로변의 아름다운 꽃들은 출퇴근길의 고양시민에게 ‘우리가 진짜 꽃의 고장에 사는구나’하는 자부심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 고양시에서 꽃은 ‘꽃 박람회용’으로 전락하고 거리에는 꽃이 없어지고 있다. 자유로변에는 잡풀이 무성한 채 방치되고 고양시 홈페이지 속의 브랜드 블로그라는 코너에는 ‘꽃의 도시’가 실종된 채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행복한 도시 고양’이라는 표어라든가 ‘역동적인 아름다운 고양’이라는 표어가 등장한지 오래다.

심지어는 고양시청 소속의 역도선수 사진과 함께 ‘고양시를 세계역도의 메카로 브랜드화 하겠다’는 굳은 각오의 글도 눈에 띈다. 뉴스위크지에서 역동의 도시로 선정되면 ‘역동의 도시’가 브랜드이며, 시청소속 역도 선수가 우승하면 ‘역도의 도시’를 브랜드화 하고 싶어하는 마인드를 보면서 장구한 고양의 브랜드에 대한 철학부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세계 어느 도시든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고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기본이며 역동적으로 뛰고 있지 않는 도시도 드물다. 따라서 고양시는 항구적이고 장기적인 고양시의 브랜드를 확고히 굳혀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즈음 ‘꽃의 도시’이미지가 퇴색된 채 거리에는 꽃 한포기 구경하기 힘들다. 한 도시가 다른 도시와 차별화 된 그 무엇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적이며 세계적인 규모의 타이틀을 단 최첨단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서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고양시의 특징을 드러낼 수는 없다. 고양을 고양답게 하는 것이 어디 외형에만 있으랴먄 고양의 브랜드, 고양의 트레이드마크 하나를 제대로 정립 못한 채 보는 대로, 듣는 대로 브랜드화하고 싶어하는 작금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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