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는 학생 숙제도우미까지 있어

▲ 메인도서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샤론(38), 그리고 메이슨(4)과 코너(3). 어린이실에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도구들이 가득해 어린이 이용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선진국의 도서관(1)-이용자 중심의 도서관

연재 순서
1. 도서관은 독서실? 혹은 책대여점?
2.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다.
3. 선진국의 도서관(1)
4. 선진국의 도서관(2)
5. 작지만 큰 도서관
6. 좌담회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움직이는 미국의 도서관은 지역문화서비스의 중심지로 편안하게 책과 만날 수 있고,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용자중심의 공간
 

▲ 놀이동산마냥 알록달록 예쁜 메인도서관 어린이실. 한 아버지가 나무구멍에 들어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CML)는 1개의 메인도서관과 20개의 지역도서관(Branch)을 가진 공공도서관으로 1999년에는 미 공공도서관 중 시설과 프로그램이 우수한 도서관 4위에, 2006년에는 운영시스템이 가장 활발한 미 공공도서관 5곳 중 하나로 선정된 미국의 대표적인 도서관 중의 하나다.
이곳에서 만난 CML 알리슨 써클 마케팅담당자는 “도서관은 직원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을 찾은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항상 귀를 열어두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는 알리슨 마케팅담당자의 말처럼 메인도서관의 곳곳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구성돼 있다.

자료실바닥은 모두 카펫이 깔려있어 구두를 신고 도서관을 찾은 직장인도 발소리에 대한 부담없이 편안하게 자료를 찾아다닐 수 있다. 비즈니스 관련자료나 논문자료가 많은 전문자료실 옆에는 인터넷자료검색이 가능하도록 자료실내에 컴퓨터를 뒀다. 또한 워드작성, 이력서쓰기, 이메일보내기 등 기본적인 컴퓨터기능을 배울 수 있는 Science, Business, and News Loft(SBNL)를 마련, 무료로 수업을 진행한다. 어린이실에는 어린이를 위한 책 뿐 아니라 장난감, 크레파스, 인형 등을 배치해 어린이들이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놀면서 배우도록 했다. 3살, 5살 두 자녀와 함께 도서관에 왔다는 샤론 씨는 “1달에 한번 정도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어린이실의 경우 창조력이 강조된 공간인 점이 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CML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약 800여명. 대출 및 반납을 이용자가 스스로 하는 시스템으로 일손을 덜고 그 시간을 이용자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읽는다

▲ 메인도서관 2층에 전시된 50점의 미술작품은 모두 오하이오주의 미술가들의 작품이다.

20개의 지역도서관은 지역특성에 따라 조금씩 프로그램에 차이를 보인다. 중산층 이상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더블린, 어퍼알링턴 지역도서관의 경우에는 체스클럽, 비지니스모임이나 스터디모임을 위한 미팅룸 대여서비스, 10대를 대상으로 댄스프로그램, 방학 중 책읽기 프로그램인 서머리딩클럽, 그리고 어린이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더블린 지역도서관 그레이스 켄달 매니저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특성상 학생 대상의 리딩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저소득노동자, 흑인들이 많은 마틴루터킹, 노스사이드 지역도서관에는 홈워크헬프 프로그램이 특징적이다.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케어담당자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학교수업을 맡아줄 부모가 없는 학생들의 숙제도우미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마틴루터킹 도서관 홈워크헬프 코디네이터 에밀리 아담스는 “부모들의 보호가 필요한 이곳 아이들에게 홈워크헬프 프로그램은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메인도서관을 비롯해 외국인이 많은 곳에서는 영어수업교실이 진행된다. 메인도서관에서는 영어수업(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과 함께 한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터키어, 독일어 등 40여개국의 책과 신문, 음악 등의 자료를 배치해 다양한 언어를 가진 지역주민들도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역이 함께 하는 도서관
 

▲ 마틴루터킹 지역도서관 입구에는 도서관정보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정보를 알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미국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정보가 모이는 정보집합공간이다.
지난 11월 세번째 토요일, 메인도서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오하이오주 미술인연합(ohio arts council)과 도서관이 연계해 도서관 2층 전시장에서 전시하고 있는 50점의 미술작품 중 도서관 이용자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용자 선정작은 500달러, 도서관장 선정작은 1000달러 정도의 상금을 전달해 지역 미술인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도 했다. 도서관직원 조시는 “도서관 내 전시관에서 오하이오 지역의 미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해 지역예술문화 활성화와 함께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오하이오 미술인연합,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과 함께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라는 우리에겐 낯선 단체가 함께 마련했다.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을 후원하는 시민들의 모임으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친목관계모임으로 회원이 850명에 달한다. 15달러에서 200달러까지 가입비 겸 후원금을 내면 가입할 수 있는데, 알리슨 써클 마케팅담당자는 “직접적인 후원보다는 예산을 결정하는 행정부 등 정치네트워크에 영향력을 주는 측면이 강하다”며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콜롬버스메트로폴리탄도서관장 페트릭 로신스키(Patrick Losinski)

“이용객 개개인이 원하는 정보 제공해야”
 

CML 페트릭 로신스키 도서관장은 “인터넷이나 텔레비전같은 매체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서 그 안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서관은 이용객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객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서관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그는 주민들의 필요를 알기 위해 학교, 지역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도서관에서 제공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지역 학생을 위한 홈워크헬프 프로그램도 이런 고민 속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다. 지식과 정보가 원활하게 전달되는 활발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독서와 교육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그는 직원들은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신은 외부에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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