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설계사 노조 지원활동 벌여

보험업계 구조조정과정에서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잔여모집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산구 탄현동에 사는 김모씨(37). 대한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다 지난 99년 12월 해촉됐다.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하고 있는데 영업소 소장이 연락을 했다.
"수금을 했느냐"는 질문에 병원에 계속 있어서 수금을 못했다고 하자 소장은 "대납이라도 해서 채워라"고 독촉을 계속햇다.

김씨는 설계사가 아픈 것보다 수금여부가 더 중요한 영업소의 태도가 서운했다. 그러나 수금이 안되면 당장 급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당시 200만원 정도 대납했다. 회복이 늦어 그후 한달가량 입원을 했다.
몸이 아파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소장과 사이가 안 좋아졌고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됐다.

만 4년동안 일해 온 직장을 그만 두면서 잔여수당까지 받지 못한 김씨는 대한생명을 상대로 잔여모집수당을 청구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보험사에 있는 사람들하고 얼굴도 마주 대하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도 보험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구 마두동에 사는 정모(42)씨는 보험일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잔여수당을 받지 못할까봐 망설이고 있는 경우. 회사를 그만두면 돈 한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의 횡포가 계속되자 보험설계사들은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02-461-4657, http://bohum.nodong.org)을 결성해 권리찾기에 나섰다. 현재 경기도에만 1만 7천 500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있다.
해촉 후 수당을 받지 못한 보험설계사들은 보험노조의 도움을 받아 잔여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고양시 노조지부는 고양시에서 해촉된 보험설계사의 잔여모집청구소송을 노조본부와 연계해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고양시에서 김씨를 비롯해 해촉된 보험설계사 10여명이 단체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이를 보험노조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양시 보험설계사 노조 이순녀 위원장은 "보험설계사의 생계가 걸린 수당규정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바꾸고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설계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생명측 관계자는 수당규정은 보험설계사들과 일일이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며 "보험감독원(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지급되지 않은 잔여수당을 지급하고 앞으로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차라리 수당규정을 바꾸는게 어떻겠느냐’는 권고를 듣고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잔여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수당규정을 바꾸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 보험사들의 대책없는 정리해고에 보험설계사들과 노조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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