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도서관의 하드웨어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생활이라는 목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서 수와 도서관 사서수의 문제만은 아니다. 박수연 기자가 책을 읽는 공간이자, 토론하고 만남의 공간으로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미국의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columbus metropolitan library) △어퍼 얼링턴 도서관(upper arlington library) △마틴루터킹 지역도서관(martin luther king branch) △더블린 지역도서관(dublin branch) △와이언닷 초등학교 도서관(wyandot elementary library)을 다녀왔다. 지난 호에 이어 열람실 중심의 우리 도서관과 비교해 미국의 도서관 문화를 살펴본다. <편집자>


11월 11일 주말 오전, 오하이오주 어퍼 얼링턴(upper arlington) 공공도서관은 시끌벅적했다. 도서관에 있는 오래된 책과 기증받은 책을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정기북세일이 열렸기 때문이다. 북세일 행사장 한쪽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동화책을 고르고 있었고 잡지가 모여있는 곳에서는 3명의 주부들이 패션과 요리관련 잡지를 뒤적이며 수다에 곁들여 생활정보를 교환하느라 바빴다.

미국의 도서관을 찾은 한국인들은 놀란다. 도서관이 고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일 늦은 오후 찾은 ‘더블린 브런치’에는 과외 하는 학생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 남편과 함께 온 아내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책을 찾으러 서가를 오가면서도 발소리에 신경 쓰고 책을 보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긴장하게 되는 한국의 도서관과는 달랐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 홍보담당 알리슨 써클(Alison Circle)은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와 직원들간에 의사소통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블린지역도서관 매니저 그레이스 켄달(Grace Kendall)도 “도서관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누구나 환영받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체스모임이나 과외수업, 비즈니스모임 등이 열리는 등 지역주민들에게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임과 동시에 토론하는 공간, 만남의 공간으로도 사용되기에 이들에게 도서관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직되고 엄숙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자유롭게 독서를 즐기는 도서관에 대해 국내 도서관에서 적용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입장이 강하다. 도서관협회의 심효정 팀장은 “한국의 도서관은 조용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 미국처럼 자유로운 이용자가 있다면 다른 이용자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린이실의 경우 일반적인 자료실과는 달리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엄마와 대화하는 등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다”며 “향후 우리의 도서관도 그렇게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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