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등 밀어내고 한국의 빛 밝힌다

등 위에 둥근 원반을 올려놓고 원반의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붙여 늘어뜨린다. 영화의 필름처럼 연속동작의 그림을 붙여 놓은 것. 이것이 주마등이다.
밑에서 촛불을 밝히면 등 내부의 공기가 대류현상을 일으켜 원반을 돌게 한다. 촛불의 밝기에 따라 회전속도도 빨라진다. 원반이 돌아가면 만화영화를 보는 듯, 말이 질주 (疾走)하는 모습이 연속동작으로 눈에 들어온다.
워낙 빨리 돌았으므로 주마등은 세월의 빠름이나 어떤 사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형용하기도 한다. 走(달릴 주), 馬(말 마), 燈(등불 등). 중국의 주마등은 이렇게 해서 세월의 빠름을 상징하게 됐다.

우리 나라의 전통등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주마등처럼 스쳐 지다’ 이제는 남은 것이 없다. ‘부처님 오신날’ 빠지지 않는 행사였던 연등행렬도 96년 전통등연구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연등행렬에 사용된 등이 모두 일본의 제작 방식으로 만든 등이었다. 우리의 전통등이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96년 조계종 총무원의 지현 스님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우리 나라 전통 등을 재현하는 그룹이나 사람이 있는지 찾게 된다. 한편에선 조각과 회화를 전공한 젊은이 들이 최고(最古) 신라 진흥왕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등행사에 관심을 갖게되고, 사라진 전통등 제작 방법을 찾는다.

불교측과 전통등연구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전통등연구회는 백창호씨와 전영일씨를 중심으로 인사동에는 전통등 전승공방을, 일산구 풍동에는 작업실을 마련해 본격적인 등 연구와 제작을 시작했다.

2001년 인사동 공방을 정리하고 모든 식구가 풍동 작업장으로 이사온 전통등연구회는 지난 10월말 한가지 불운을 겪었다. 창고에 불이나 그동안 재현한 전통등 100여점과 소품을 모두 잃은 것. 그동안 모아온 재산을 모두 잃어버린 셈.

절망도 잠시 5명의 식구들은 힘을 냈다. “다시 시작하자. 인사동보다 인심좋고 밥값싼 풍동은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화재의 충격을 잊은듯 그동안 재현했던 등들을 새로 만들고 있다.

전통등연구회는 97년부터 2001년까지 △전통등시연회 △전통등 재현전, 등제작 강좌 시작 △강원도 문화관광엑스포 참가 △진주개천예술제 초대전 △연등축제에 참가했으며, 지금까지 100여종의 전통 등을 발굴 재현했다. 또 지난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있었던 서울시 주최 ‘월드컵 성공 기원 지구촌 등축제 2001’에 비천등, 목어등, 남대문등 등을 가지고 참가했다.

지구촌 등축제는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한국(전통등연구회),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미국, 멕시코, 세네갈 등 8개국의 전통등 65점이 선보였다. 전통등연구회는 비천등, 목어등, 남대문등, 용등, 탑등 등 다양한 형태의 전통등을 출품했고, 중국은 황실에서 사용하던 궁등과 18m에 달하는 용 등을, 필리핀은 크리스마스별등을 출품했다.

전영일 대표는 “등은 어둠을 밝히는 기구다. 우리나라의 전통등은 조상들의 어둠을 밝혔을 거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전통을 창조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때문에 전통등을 재현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만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전통등 재현의 소중함을 말했다.

단체나 모임의 요청이 있으면 등강좌 및 만들기 시연도 해준다.

◆도전! 주마등

주마등을 만들어 보자. 중요한 것은 뼈대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바람개비 돌아가는 주마등을 만들어 자녀에게 선물하자. 좋은 놀이감이나 교육재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 먼저 네 개의 원을 만들고, 맨 아래 원틀에 십자모양으로 대를 붙인다. 갈이틀이 앉을 수 있는 홈을 판다.

2. 아래서 두 번째 원틀 가운데 넓은 대나무를 대고 갈이틀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낸다.

3. 바람개비에 종이를 붙이고, 사람이나 동물의 문양을 오려 붙인 후에 본체안에 넣고 고정시킨다. 문양을 붙일 때는 약간 동글게 말아서 겉을 싼 종이에 그림자가 고르게 비치도록 한다.

4. 각각 네 개의 길고 짧은 보조대를 세로로 붙인다.

5. 겉종이에 배경 그림을 오려 안쪽으로 붙인다.

6. 주마등은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기 위한 것으로 전구가 밝을수록 그림자가 선명해진다.<자세한 것은 전통등연구회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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