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숙 /고양여성민우회생협 이사

바른 먹을거리를 생각하며

바른 먹을거리란 무엇일까. 정의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개념적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웰빙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래, 사회적인 맥락에서 바른 먹을거리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의사들은 환자치료에 간간이 ‘위약효과’를 이용하기도 한다. 위약효과는 약도 아니고 독도 아닌 것을 환자에게 투여하여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효과는 환자의 마음가짐, 즉 쾌차하고 말겠다는 의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바른 먹을거리는 먹을거리 그 자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음가짐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공기의 밥, 한 톨의 콩알이라도 그것에 담긴 생명적 가치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적당한 비와 햇빛, 쉬지 않는 농부의 노동, 밥 짓는 어머니의 손길,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어야 우리는 ‘먹을 수’ 있다. 밥 알 하나에 담긴 수고로움과 감사함을 안다면, 밥을 먹는 것이 곧 명상이요, 건강한 정신의 수행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미 목표의 절반은 이룬 것이다.
바른 먹을거리는 우리가 먹은 바른 마음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적당한 햇빛을 본 돼지를 잡은 것인지, 시원한 비를 맞아본 소를 잡은 것인지, 농약과 화학비료로 쉽게 길러진 채소인지 노동의 수고로움으로 길러진 것인지가 중요하다. 바른 먹을거리는 칼슘과 비타민의 함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칼슘과 비타민을 담은 바로 그 먹을거리가 최대한 자연을 담은 과정을 통해 생산된 것인지에 달려있다.

생산과정에서 이러한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은 먹을거리가 건강한 먹을거리이다. 축산물은 성장호르몬ㆍ항생제ㆍ비인도주의적 사육환경이 문제다. 가공과정에서는 유전자조작농산물ㆍ방부제ㆍ발색제ㆍ화학조미료 등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또 유통과정에서는 소비자로서 내가 선택한 이 먹을거리가 생산자의 지속적인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바른 먹을거리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른 먹을거리는 오래 전부터 먹어오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들의 서식처, 즉 살아가는 환경은 100년 전과는 너무나 다르며, 먹을거리 역시 너무나 달라져있다. 요즘의 음식은 부모님 세대가 즐기던 음식과 다르며, 아이들이 반기는 먹을거리들 역시 우리와 현저히 다르다. 그러나 생활환경과 먹을거리의 변화내용이 ‘서구화’, ‘도시화’, ‘산업화’로만 맞춰져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서양인과는 다른 체형과 체질을 가진 사람들, 서양과는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찍어낸 ‘패스트푸드’가 몸 속에서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바른 먹을거리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먹어왔던, 그래서 그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오래된 먹을거리 속에 있다고 하겠다.
결국 바른 먹을거리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적 의식이 남아있던 오래 전처럼, 절기를 알았던 오래 전처럼, 팔기 위해 생산하지 않았던 오래 전처럼 살고, 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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