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수 | 고양시 국악협회 회장

문화예술단체 활성화도 재단 설립 의의
시민 눈높이 맞춘 다양한 공연 기획해야

현대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는 경제적 풍요와 더불어 문화적 환경 육성이 절대 필요하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현안에는 민감하게 촉각을 집중하고 그 발전 방법에 대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문화적 환경 조성이나 육성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문화 예술을 가만히 놓아두어도 자연히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문화는 무슨 문화냐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정책을 입안하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마저도 문화예술에 필요한 예산을 거론할 때면 ‘그 돈으로 다리를 하나 더 놓는 게 나은 것 아니냐?’, ‘거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 그건 그 사람들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 사람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재화의 생산에는 투자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재화인 문화예술의 생산에 역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화예술의 도시 고양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구호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어울림누리나 아람누리의 거대한 규모의, 최신 시설을 갖춘 공연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공연장에 문화예술 작품을 펼쳐낼 예술가가 모여야 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을 즐기는 관객들로 넘쳐나야 하며, 그들이 어우러진 열기가 생활에 넘쳐날 때, 그 때 비로소 고양시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가꾸어질 것이다.

어울림누리가 개관한지 3년을 맞았다. 이 3년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다. 고양시에 공연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터를 닦아나가야 할 시기였다. 시민들이 어울림누리를 친숙하게 찾을 수 있도록 대 관객 서비스와 홍보에 힘을 기울여 관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관객 없는 공연장은 의미가 없으니까. 공연의 수준도, 입장료의 수준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이었어야 했다.

고양시에 있는 문화예술단체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문화재단의 설립 의의 중 하나임이 분명할진대 고양시의 예산을 쓰면서 자기만족을 위한 ‘고급’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중성 있는 공연도 기획해야 한다. 가격도 시민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며 관객이 형성 될 때까지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어느 특정지역을 문화지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관(官)이 합심하지 않으면 발전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요즘 시의회가 고양시 문화예술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된다.
대원군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졌을 때 판소리를 꽃 피웠고, 14세기 일본의 아시카가 요시미쓰 쇼궁(將軍)이 신에 대한 제사와 백성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能)를 보호 육성해서 오늘날 일본 특유의 세계적인 공연예술인 간세류노(觀世類能)를 탄생시켰고, 그리스에서 신에 대한 제사를 위해 음악, 무용, 연극이 발전 한 뒤에도 왕의 후원이 있었으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무역업이나 모직물류업으로 재력을 모은 상인 귀족들이 음악가들을 불러모아 후원함으로써 오페라를 탄생시키고 발전시켰던 문화예술 발달사가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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