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 청소년정치참여네트워크 대표

요즘 20대를 정의하는 말을 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월급을 88만원쯤 받을 것이란 데서 ‘88만원의 세대’, 30대와 10대 사이에서 끼어있는 ‘낀 세대’, 또는 대부분의 20대가 백수라 해서 ‘이태백 세대’라 불린다. 이 말들은 지금 우리 20대가 처해있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88만원의 세대’란 말은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책의 제목인데, 앞으로 대부분의 20대가 비정규직으로 일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비정규직 평균 월급 119만원에 20대 평균월급비율 74%를 곱해 앞으로 20대가 평균적으로 받을 월급을 나름 경제적 이론을 바탕으로 얻은 수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지금의 20대는 기성세대에게 종속, 착취당하고 있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고 권하고 있다. 나도 저자의 생각에 참으로 동의하며 20대가 도서관에서 뛰쳐나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20대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종속돼 서로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결국은 그 결과물마저도 기성세대의 시스템 유지를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저자의 생각도 정말로 길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대는 합법적으로 짱돌을 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20대가 선거 날에도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를 할 것이다. 20대가 이번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 알고 있으면 다행이고, 지지후보까지 결정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20대는 정치와 자신을 구분 지으며, 남의 일인 듯 정치에는 관심을 끄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도서관에 몰아넣은 것은 결국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 정치가 만들어낸 사회 시스템이다.

정치란 것은 결국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고 설득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도 없다.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고 권리를 찾는 일은 결국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20대도 정치에 참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선거권을 25세로 규정한 법을 고쳐야하며, 그 후속으로 대학생 국회의원도 나오고 대학생 정당인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들이 지금의 20대의 상황을 진단하고 20대의 세대가 공통으로 사회에 또는 기성세대에 요구해야할 것들을 찾아내어 20대를 조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20대는 기성세대가 조직한 사회 속에서 기성세대를 위해 봉사하기보다는 20대 스스로가 창조해나가는 한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20대는 자신이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들어 ‘88만원의 세대’는 자신과 관계없다는 환상을 버려야한다. 현재 비정규직 확대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20대가 졸업 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된다는 뜻이다. 20대는 위기감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20대가 스스로 한국을 만드는 길은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그럼에도 20대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지금 단순히 정당에서 선거유세를 위해 춤을 출 때가 아니다. 지금 출마한 후보 중에는 20대 관련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20대가 할 일은 20대의 공통된 입장, 20대가 배제된 사회 속에서 권리를 찾아내고 이를 선거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요구할 때인 것이다. “20대여, 너희도 정치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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