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계도지와 언론 관련 예산이 다뤄지는 지난 11월 30일 고양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예산 심사장은 조용했다. 고양신문이 거듭 기획기사로 언론 관련 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주장해왔음에도 그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취재 기자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전남, 경남 등 남도에서부터 세차게 불어오는 언론개혁과 자정의 바람이 고양시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내년에도 고양시는 여전히 ‘자유당 시절 구태’라는 계도지 예산을 지출하고 예년보다 더 많은 언론 관련 예산이 지출될 것이라 생각하니 맥이 빠졌다.

그러나 예산결산위윈회(위원장 박원필)가 구성되고 취재과정에서 언론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변화된 시각에 기자 스스로 놀랐다. 심사 중간중간 만난 의원들은 공개된 자리에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 관련 예산 삭감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의 의사를 표했다. 계수조정 전날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 의원은 “이번에는 꼭 삭감될 거야”라는 자신감까지 보여주었다. 물론 자신은 예산 삭감에 동의하지만 담당 부서의 반발이 심해 다른 의원들의 입장이 난처하지 않겠냐는 걱정을 해주는 의원도 있었다.

11일 예결위 계수조정. 방청이 허락되지 않아 회의장 주변을 서성거렸는데 점심 시간 무렵 시정 홍보용 신문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른 예산은?”궁금함에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아쉽지만 이번엔 계도지 예산만 삭감됐음을 알게 됐다. 정작 계수조정 회의장에서 의원들은 계도지 예산삭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올해 3대째를 맞는 고양시의회의 한 걸음 발전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했다. 역시 계도지와 언론 관련 예산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다른 지역 신문사 관계자들은 고양시의 전액 삭감 소식에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6천900만원, 얼마 안되잖아요?”이번 계도지 예산삭감에 대한 냉담한 반응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한번도 얼마 되지도 않은 예산을 없애지 못해 왔던 게 사실이다. 공보실 담당 공무원 역시 불필요한 예산인 줄 알지만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관행처럼 책정되고 시의회에 슬며시 공을 넘겨왔다고 말했다.

일단 시의회가 개혁의 첫 문은 열어주었다. 시민단체와 고양시 공무원 직장협에서 지지 성명서를 준비중이다. 개혁의 다음 공을 받아줄 주자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셈. 고양신문의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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