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 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 대표

2008년도 고양시 예산이 1조 749억 원으로 확정됐다. 내년 한해 고양 시민 1인당 117만 원의 예산이 쓰여지며 하루 29억4천만 원의 세금이 고양시에서 소비된다. 시민 1인을 위해 1년에 백만 원이 넘는 돈이 쓰여지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한 달에 10만 원은커녕 4∼5만원도 쓰기 힘든 주부들이라면 그 놀라움은 더하다.

그러나 이렇게 쓰이는 세금이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지난 10년 간 시는 계속되는 도시개발로 인한 인구유입과 이를 수용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다. 곳곳의 도로를 넓히고 공공시설을 짓고 또한 시의 적절한 행정서비스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일산구의 분구를 단행하고 공무원 조직을 확대했다. 또 이를 위해 매년 수 천억 원의 혈세가 쓰여지고 있으나 주민들은 성실히 세금을 내는 납세자와 행정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왔다.

2008년에도 고양시민들이 내는 지방세는 3273억 원으로 올해보다 500억 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고양어울림누리, 아람누리, 종합운동장, 킨텍스 등의 대형건설사업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고양시민들은 고양시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이를 감수해왔다. 하지만 이런 대형시설들이 완공된 지금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의 문화혜택이나 종합운동장의 체육시설의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는 시민들도 이런 시설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시민들이 누려야 할 보건, 교육, 보육, 교통 등의 매일매일 부딪히는 생활 속의 복지문제를 대형건설사업을 위해 양보하고 묵묵히 견뎌온 시민들에게 또 다시 일산서구청사. 고양실내체육관, 시립박물관등 수 백 억 원씩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시설건설이 속속 계획돼 있다. 고양시는 더 이상 대형시설을 위해 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고양시민이 행복한 예산을 만들기 위해 고양시는 과감히 예산편성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의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 중심의 예산편성에서 시설의 운영을 고민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예산편성으로 그 틀이 변해야 한다. 진정한 주민의 행복을 위해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 종합운동장, 호수공원, 농수산물센터, 노래하는 분수대와 같은 대형시설들의 혜택이 주민 생활 속으로 스며들도록 하기 위한 운영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시민이 참여하는 예산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매년 주민들이 내는 지방세의 10%는 주민생활복지를 위해 주민들이 제안하는 최우선의 복지정책에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후 대형시설의 건설은 반드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후에 주민이 원할 때에만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무시된 예산집행은 결코 고양시민이 행복한 지방자치에 이르는 길이 아님을 92만 고양시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방자치는 행복한 주민생활을 위해 주민과 지방의회, 지방정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예산이 편성되고 심의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지금과 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민이 함께 만드는 행복한 예산편성의 길은 요원하다. 시가 진정으로 주민의 행복을 위한 행정을 펼치겠다면 이제 예산편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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