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 고양신문 발행인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꼭 1년 만에 인사드립니다. 올 한해 저는 안식년 휴가를 가졌습니 다. 17년 전 고양신문 병아리기자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을 풀어놓고 다가올 시간들을 준비하는 소중한 휴가였습니다. 운 좋게, 저는 이 귀한 휴가를 미국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40년 동안 고양을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래서 고양밖에 몰랐던 제게 미국이란 거대한 땅은 그 자체로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반감과 동경, 미국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미국의 속을 들여다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법 보다 강력한 공통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미국의 핵심 가치는 ‘자유’였습니다. 양심의 자유, 참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들 자유를 보호하고 지키는 최전선에 언론이 있었습니다. (철저한 분권사회인 미국의 언론은 곧 지역언론을 의미합니다.) 지역주민들은 지역언론에 보도된 모든 기사와 정보를 매우 신뢰하고 있었으며 개인과 이웃, 사회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지역신문 구독은 필수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대표적인 일간지 콜럼버스 디스패치와 지역주간지 SNP 뉴스를 방문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두 신문을 방문하면서 저는 욕심을 품었습니다. 미국의 지역신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그 ‘묘책’을 배우리라. 두 신문사의 경영인과 편집인, 광고책임자, 구독책임자를 두루 만나면서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돈버는 특별한 비결이 없을까 싶어 구독 마케팅부터 기획사업까지 구석구석 파헤쳐 보았지만 ‘묘책’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하는 답은 ‘구독자가 읽고 싶은 기사’를 가득 담아 구독자를 한명한명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원칙대로 성공하기가 너무 어려워 묘책을 찾아 나선 제겐 참 허탈한 결론이었습니다. 지역이 모여 나라를 만든 미국과 이제 분권을 시작한 한국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고, 한국은 전국지가 지역까지 모두 점령해버린 상황인데, 또 지역신문의 이름을 건 무가 광고지들은 또 얼마나 횡횡하고 있는가. 고양신문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마음속에서 줄줄이 치고 올라와 ‘원칙’을 비껴 지름길을 찾고 싶었던 저를 합리화 시키려 했습니다.

저는 SNP 발행인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묘책’이 없음을 인정하고 다시 ‘원칙’만이 우릴 성장시킬 수 있다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제게 몇 가지 중요한 결말을 선사했습니다. “우린 기사를 팔지, 광고를 팔지 않습니다. 기사가 팔리면 광고는 따라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무가지일지라도 기사의 진실성과 객관성을 잃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는 덧붙여 “지역주민들이 가장 읽고 싶어 하는 뉴스는 ‘나’와 관련된 이웃과 지역의 뉴스”라며 “주 정부를 다루는 일간지는 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지역뉴스를 다루는 주간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고양신문에도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미국의 지역신문이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우뚝 세운 원칙은 다름 아닌 독자의 선택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읽고 싶은 뉴스를 진실하게 잘 다뤄주는 신문을 기꺼이 선택해주는 독자, 독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 원칙을 져버리지 않는 신문. 독자와 신문은 서로의 욕구를 충실하게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고양신문을 선택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 많은 지역주민들께 선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진실하고 따뜻한 뉴스를 전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