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부천은 ‘도서관친구’로 지역과 연계

▲ 미국 공공도서관은 도서관 내에 있는 물품들을 이용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공개한다. 노스웨스트 커리어센터 콜럼버스 시티 스쿨 교사 데보라와 학생들이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라이브러리에서 인쇄기구를 이용해 유아용 학습도구를 만들고 있다.

고양시 공공도서관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주민과 더 가까이에 있는 ‘걸어다니는도서관’, 주민참여를 위한 ‘도서관학교’ 그리고 다양한 교육문화행사와 사이버교육 프로그램까지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상호대차서비스, 지역기관과의 연계, 주민들의 참여확대 등 도서관의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제공할 때 의미가 있다.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알기 위해서는 도서관과 이용자 즉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도서관의 성장에 주민참여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friends of library)는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을 위한 기금모금,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방향 등을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미국의 도서관후원모임이다. 가입비와 후원금을 통해 도서관을 직접 후원하기도 하고 도서관에 작은 상점을 운영해 그 수익으로 도서관을 돕기도 하며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서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 고양시 걸어다니는 도서관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근접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어린이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행신 걸어다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작은도서관을 성공적으로 이끈 부천시는 올해부터 ‘도서관친구’ 모임을 시작했다. 도서관이 지역문화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도서관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지역문화예술인, 지역에 근거를 둔 기업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여 도서관의 역할과 단체의 성격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양시도 도서관에서 지역주민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 중 한 곳인 주엽어린이도서관은 개관과 함께 ‘도서관학교’를 열었다. 도서관 자원봉사활동가를 교육하는 ‘도서관학교’는 특히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참여가 높은데 여기에는 어린이도서관이란 특징이 큰 역할을 했다.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어머니들이 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참여로까지 이어진 것.

도서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주엽어린이도서관에서 도서관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자원봉사를 통해 어린이도서관에 대해 이해하고 자녀들이 도서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접하면 좋을지 도서관 사서와 쉽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 도서관에 주민들의 의견이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대상이 ‘어머니’로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 어린이도서 중심의 걸어다니는 도서관의 경우도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이 어머니들이다. 또한 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보다는 자원봉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한계로 보인다.

사립문고 책놀이터의 이상철 재정위원장은 “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주민들의 참여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움직임들이 도서관을 지역에서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의 참여가 어린이도서관에 한정돼 있고 참여대상자도 어머니들로 한정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어렵다. 부천의 도서관친구 모임처럼 다양한 계층이 모여 도서관의 보다 나은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을 고양시에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이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장서 부족, 시스템으로 해결하라

 

▲ 미국 도서관 후원모임인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friend of library)가 운영하는 상점. 도서관 내에 위치해 있으며 책이나 엽서, 달력, 그림 등 소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도서관을 후원한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을 가진 고양시지만 여전히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지역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 마련한 것이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도서관이란 의미로 현재 고양시에는 덕양구 행신동의 햇빛마을 걸어다니는 도서관, 덕양구 고양동의 고양동 걸어다니는 도서관, 일산서구 탄현동에 탄현동 걸어다니는 도서관 등 3곳의 걸어다니는 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또한 올해까지 관산동과 송포 대화마을에 2개의 걸어다니는 도서관이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걸어다니는 도서관’은 사서직 직원 1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연 운영비 2000만원으로 인원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상황. 이에 대해서는 시립도서관도 고민 중이다. 심재현 관장은 “직원이 한 사람이다 보니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것도 어렵다고 말한다”며 “걸어다니는 도서관 운영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나 주민자치단체에서 자원봉사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걸어다니는 도서관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어다니는 도서관’에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장서. 가장 오래된 햇빛마을의 경우 장서량이 6756권(고양시립도서관 자료)으로 1만 권을 넘지 못한다. 80%가 어린이도서고 20%가 성인도서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구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부천의 작은도서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대차서비스(공공도서관의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작은도서관에서 받아보는 서비스)를 통해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립도서관 관계자들은 상호대차서비스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우선은 공공도서관의 장서량을 늘린 후 상호대차서비스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것. 현재 고양시는 1인당 0.6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어 2009년까지 시민 1인당 1권을 목표로 올해 13만 권, 내년 25만 권을 구입할 계획이다. 상호대차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인력과 차량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호대차서비스는 그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천작은도서관협의회 이진우 총무는 “상호대차서비스가 없다면 작은 도서관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는 “도서관의 자료가 한정돼 있다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겠냐”며 규모가 작은 도서관에 있어서 상호대차서비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러 지역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현재 고양시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NIE 교육과 독서교실, 성인층을 위한 작가와의 만남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청과 도서관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홍보를 하고 있어 아는 사람들만 참여한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프로그램인 서머리딩클럽이 학교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람누리 도서관 전미란 열람담당자는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한번 참가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청과 연계를 통해 홍보한다면 더욱 다양한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부천작은도서관 이진우 총무는 미래 도서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소통’이라고 말하며 이는 도서관과 주민들과의 소통 뿐 아니라, 도서관과 기관들 간의 소통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다문화서비스나 장애인서비스 등을 도서관에서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관계기관과의 네트워크가 우선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린이도서관 개관, 주민과 더 가까이에 있는 ‘걸어다니는도서관’, 도서관자원봉사자를 위한 ‘도서관학교’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고양시립도서관은 매 변화마다 크고 작은 고민을 만나고 있다. 서머리딩클럽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학교와 교육청을 찾아 학생들의 수준을 체크하는 도서관과 도서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학교간의 네트워크를 보여준 미국의 도서관, 다양한 계층의 지역주민들을 모아 도서관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부천작은도서관의 도서관친구 등의 사례가 고양시립도서관의 고민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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