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국 / 시인. 고양시문인협회 회장

채우려는 열정적 의지의 동력인 ‘비움’과
존중의 시작 ‘바침’이 가득한 한 해 되길


무자년 첫날 아침 바다를 흔들어 깨우며 떠오르는 태양이 우리에게 바치는 노래는 웃음이다. 우리가 태양에게 어떤 노래를 바치는가? 어부는 만선의 풍어를 기원하는 기도를, 농부는 들녘을 가득 채우는 풍년을 기원하며, 그늘에서 떨고 있는 자는 따스한 햇볕에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싶음을 노래로 바칠 것이다.

2007년의 마지막 달은 왜 그리 시끄럽고 겨울비 내리는 저녁 같았어라. 운신이 불편한 반쪽의 배를 앞에 두고 뱃사공이 하도 많아 키를 잃은 난파선 같았어라. 천혜의 태안반도에 옆구리 터진 유조선에서 토하는 저주의 검은 빛으로 바다가 신음하며 철새의 운명은 시왕전(저승에서 죽은 사람을 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을 모시는 집) 앞모습이리라. 이 어찌 철새만의 일일까. 바다 속과 사람의 얼굴도 똑 같은 절규와 절망의 빛이 드리웠노라. 뱃사공 잘못하여 자초한 결말을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연해 짐이랴.

누가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좌절의 버림이 온정의 바람으로 태안반도에 불었으니 죽음의 바다는 푸른 마음으로 점차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기적이 나타남이랴. 수만의 봉사자 손에서 조그만 자갈까지 정성껏 닦아내는 눈물겨운 사랑의 봉사를, 외국 언론은 기적이라 했음을, 대한민국국민의 저력은 어디에 숨었다 나타나는가, 신비로울 따름이다.
새해는 비움으로 정진하는 해로 정하자. 가벼워진 배 격랑에도 끄떡없이 항해하자. 비워둔 곡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땀 흘려야 하고 창조하며 어깨를 맞대고 태안반도의 기적처럼 풍요를 일구자. 이것이 자연의 고마움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바침이다.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꽃을 바치고, 자연에게 고마움을 바쳤을 때, 국가는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를, 꽃은 우리에게 향기와 열매를, 자연은 우리에게 번영을 바칠 것이다. 바친다는 것은, 주어진다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바침에는 존중이 뒤 따르고 귀하게 여김이 뒤따르고 사랑과 희생이 뒤따라야 됨을 깨닫고 실천해야겠다.
그래야 2008년의 태양도 비어있는 공간에 생명의 빛을 듬뿍 뿌릴 것이다. 창조하는 삶이란 열매만을 따먹는 행위가 아니라 씨를 뿌리는 마음과 실천하는 다짐 아래 이뤄진다. 꿈을 꾸지 않는 민족은 밝은 미래가 없다.

넘쳐흐르는 것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 그렇다. 채워도 넘치지 않는 항아리를 만들자. 땀 흘려 일하는 역동적인 고양시가 되자. 넘쳐흐름은 필요를 상실하는 것으로 낭비를 가져다 준다. 일자리 많이 만들어 일하는 해를 만들자. 일은 날 日. 즉 태양 아래서 땀 흘린다는 말뜻이다. 우주의 공간이 비어 있지 않으면 태양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겠는가.
새해를 바치는 해로 정해 사람들은 고마움을 바치자. 축제란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하늘에 바치는 제사라는 뜻이다. 무자년 아침 아름다움을 바치는 태양아래, 우리도 아름다움을 그대에게 아낌없이 바치자. 창 밖에서 꽃을 들고 바치는 사랑의 노래에 굳게 닫힌 창문 열리면서 사랑이 답한다. 아름다움을 바치는 태양이 무자년 아침의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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