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갑 떠나는 유시민 의원 전격인터뷰

유시민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덕양갑을 떠나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수성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를 지지하던 지역의 유권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그의 ‘결의’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에 본지는 지역을 떠나는 유 의원의 심중을 들어보았다.


- 18대 총선을 대구에서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대구에서도 진보적 정치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도전하지 않는다면 이는 영원히 성공할 수 없을 것이고, 대구는 계속 보수의 아성으로 남을 것이다. 경쟁이 없는 곳에는 발전도 없다. 대구를 위해서도 그렇고, 한국 정치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구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자란 곳이기도 하다. 나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대구에서 다녔다. 어머님께서는 지금도 대구에 살고 계시다.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유년시절을 보낸 곳에서 정치를 하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겠다 싶다.


- 유권자들 중에는 섭섭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믿고 지지해주던 분들과 함께 한 시간이 벌써 5년이 됐다. 2003년 봄 보궐선거에서,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04년 총선에서 그 분들은 나를 국회로 보내주셨다. 덕분에 나는 국회의원으로, 또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올해는 대통령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거듭 감사 드린다.
이렇게 떠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할 따름이다. 나 역시 많이 섭섭하다. 그래도 그동안 함께 만들어 온 기반을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다른 좋은 분들과 함께 덕양구, 그리고 고양시를 잘 이끌어주길, 한국정치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 임기 동안 중앙정치나 장관으로서는 활발히 활동했으나,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의견이 있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거물 정치인은 반갑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을 소홀히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내 나름의 소신에 따라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경의선 고양시 구간 복원 사업, 고양동 복지회관 건립, 원당재래시장 현대화, 화정역 엘리베이터 설치, 백양고등학교 주차장 및 다목적교실 신축사업 등을 위한 예산확보를 통해 지역주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모든 분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 지난 4년 간의 의정활동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내가 2003년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약을 한 것이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면서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법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하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공약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05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효도연금법’을 발의했다. 그리고 이를 넓혀 2007년 4월,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 어르신들께 매달 8만 4천 원에서 13만 원 가량의 용돈을 드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노인장기요양보험법’도 함께 마무리지음으로써 어르신들이 건강한 생활을 하실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더불어 2007년 4월부터 ‘아동발달지원계좌(CDA)’를 신설, 저소득층 아동들이 사회로 나갈 때쯤에 2000만 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 등을 도입해서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미에 대해.

국회의원의 기본책무는 입법활동과 예산편성이다. 국민일반의 정서에 맞고, 상식과 원칙에 입각한 법을 만드는 일, 그리고 매년 국가살림을 제대로 꾸릴 수 있도록 조율하고 관리하는 것,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본연의 역할을 하는 가운데, 지역민의 정서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의 뜻을 받든다는 것이 특정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것과는 구분돼야 할 것이다. 다른 지역, 또는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도록 잘 조율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친노’성향이 너무 강하게 부각됐다. 이번 대선 패배가 ‘노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게 대세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지난 5년 간 정권을 창출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입법부에서 활동했던 것을 굉장히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좋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은 계속 가지고 있다.
그 보다 ‘10년을 맡겼으니 한 번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기대 심리가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킨 근본적 원인이라고 본다. 5년 전 김대중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16%밖에 안됐지만 노무현 후보는 승리했었다. 여당이 선거에 진 것이 모두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라고 보기 힘들다.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국정 수행 지지도를 상쇄하고 남을만한 다른 강점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대구 출마는 어찌보면 ‘홀로서기’ 혹은 ‘과감한 도전'으로 분석되는데.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돼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내가 전개 한 정치는 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졌던 측면이 있다. 이제는 노 대통령도 퇴임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는 나 혼자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원래 나의 목소리와 생각, 그리고 나의 삶의 방식을 온전하게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후보로서 당연한 얘기지만, 당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제게 각인되어 있던 부분 외에, 저의 장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보여드리려고 한다. 대구 유권자들도 새로운 정치인, 조금은 다른 정치 문화에 대해 관용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덕양구 유권자들을 위해 한 마디.

“덕양구민 여러분, 그리고 고양시민 여러분.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몸은 떠나지만 마음까지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힘겨울 때면 늘 여러분들을 떠올리겠습니다. 여러분과 처음 만났던 2003년 봄, 그 때 그 첫 마음을 늘 간직하겠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고양시 덕양구는 저의 정치적 고향으로 제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좀 더 좋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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