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 / 고양여성회 회장

시 노점정책 청계천 사업 복제물인 듯
'어쩔 수 없는 희생'은 위정자만의 사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살면 살수록 마음에 드는 도시가 우리 고양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라도 짐을 풀고 살면 정 드는 법이지만, 나누고 더불어 살기 좋아하는 우리 고양시민들과 함께 살아오다 보니 다른 어느 지역보다 고양이 더욱 정든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고양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더 나은 도시환경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바램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 간 노점상이 고양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노점상인 한 분이 자살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노점상이 고양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간주하는 고양시와 또 이와 평행선을 달리면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노점상들. 이 두 대립항은 어떻게 어디에서 서로 화해할 수 있을까? 모두 없애겠다는 고양시와 물러설 수 없다는 노점상간의 줄다리기는 불구경할 단계를 지나 옆에서도 팔을 걷고 중재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는 생각까지 든다.

시의 정책은 공익실현을 목표로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 집행될 경우 예산낭비와 각종 폐해를 낳게 된다. 고양시가 내세우는 ‘노점상 근절’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의 노점을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의 노점은 근절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줄어들었다면 노점마저 포기하고 거리의 노숙자로 처지가 바뀐 수만큼 줄었을까. 이러했던 청계천 사업을 성공한 모델로 선전하고 그 이면의 상인들의 희생을 어쩔 수 없이 사회가 감수해야 하는 것쯤으로 치부하는 위정자들이 못마땅하다. 고양시의 노점 단속이 이러한 청계천 사업의 복제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한 지역의 커뮤니티는 그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어울리고 조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돋울 때 생기가 넘치고 유연해진다. 한 쪽의 구성원들에 대한 적절한 타협의 시도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의 시책에 맞지 않으니 배타적으로 내쫓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그 커뮤니티를 고립시킨다. 이런 점에서 고양시의 노점 정책은 아쉽다.
고양시에서 추경예산으로 올라온 노점철거에 대한 21억의 예산이 매일 같이 집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철거용역 300명만 동원해도 3∼4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길가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노점상들은 노점상들대로 쫓기고 또 쫓겨나지만 그 자리엔 내일도 모레도 노점이 생계를 위해 천막을 쳐질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결국 노점상 문제에 대한 지금의 고양시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노점상 근절을 정책으로 하는 전국의 많은 지역자치단체장들이 있었지만 노점이 없는 지역은 전국에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고양시의 발전을 위한다는 고양시정의 목표가 시민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실현돼 가는 과정이 이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고양시는 하루빨리 노점상에 대한 예산집행을 보류하고 노점상과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새로운 방향에서의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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