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급급 … 대표이사 취임 1년만에 사임

▲ 사진 한진수 팀장

2004년 1월 고양문화재단이 설립된 후 4년이 흘렀다. ‘4년’은 조직이 태동하여 방향설정을 토대로 성장을 향한 본 궤도에 오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조직을, 더군다나 복잡한 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조직을 하나의 잣대로 함부로 진단할 수는 없겠지만,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할 만큼, 고양문화재단은 문화수요자에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고양문화재단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착화시키고 있지 않냐는 우려감까지 자아내게 한다. 이것은 고양문화재단 내외부적으로 앓고 있던 모순들이 임기를 2년 남겨둔 박웅서 대표이사의 사퇴로 표면화되었다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박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시점에서, 본지에서는 이러한 균열이 고양문화재단의 ‘내일’를 위한 긍정적 의미의 시행착오가 되기를 바라며, 고양문화재단의 ‘오늘’을 진단하고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고양문화재단이 아람누리 개관 기념작을 유치하기 위해 러시아의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과 계약하면서 발생한 불투명한 거래는 고양문화재단의 ‘오늘’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이 불투명한 거래는 경영인 출신인 박 대표가 해외 문화 공연물을 국내에 유치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와 지식이 부족했다는 데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박 대표사퇴의 도화선이 된 이 불투명한 계약이 단발성이 아닐 수 있다는, 즉 불투명한 계약이 고양문화재단 내부에서 어느 정도 관성화 되지 않았을까하는 가능성 때문에 증폭된다. 그 결과 공연 유치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에 비해 공연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는 구조가 고양문화재단 내부에서 고착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문화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문화 공연물에 대한 지식과 안목 부족은 박 대표의 취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였다. 박 대표가 취임할 즈음, 고양시 의회 소속 의원들은 박 대표의 취임에 대해 ‘공연장 운영 및 공연기획전문가’를 임면하게 되어 있는 ‘고양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7조 제3항에 위배되는 인사조치라며 고양문화재단의 이사장인 강현석 시장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 시장은 해당 조례에서 대표의 자격요건에 대한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례개정안을 고양시의회에 제출하면서까지 박 대표의 취임을 수락한 바 있다.

돈벌이 사업에 치중한 재단의 자가당착

박 대표는 취임 직후 수익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그리고 고양문화재단의 수익모델로 음식사업과 부대사업을 중요한 축으로 거론했다. 박 대표는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치로 가시화할 수 없는 예술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문화예술을 어떻게 상품화할 것이며 어떻게 수치로 가시화할 것인가에 무게중심을 뒀다. ‘총감독’이기보다 ‘대표이사’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박 대표의 이러한 마인드는 작년 5월 개관한 아람누리 건립 당시의 공간배치 계획 및 도면과 현재 공간 활용 현황을 비교해보면 잘 드러난다. 아람누리의 공간이 시민들한테 돌려주는 문화시설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졌지만 아람누리에 대한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의 활용도는 극히 떨어진다.

현재 아람누리의 2∼3층은 식당 등 다른 용도로 임대를 하거나 수익용 사업에 이용되는 실정이다. 현재 사무실로 쓰고 있는 아람누리 지하 1층은 건립당시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었고, 지하 2층은 요가실, 단전호흡실, 탈의실, 샤워실로 설계된 것이었으며, 한정식이 들어서 있는 2층은 여성이나 일반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아람누리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하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언뜻 보기에도 아람누리가 거대한 한정식점이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다. 또한 아람누리의 공간 곳곳에 귀빈실이나 VIP대상 교육실, 최저 음식값이 3만5000원인 한정식 등으로 배치돼 있어 애초에 시민들의 접근성을 막아놓고 있다.
고양시 의회 박윤희 의원은 ‘부자 마케팅’이라고 표현했다. 박 의원은 “아람누리 시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시설이고 시민들이 가급적 많이 가서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을 하게끔, 접근성을 높여야 되는 시설인데도 그렇지 못하다”며 “주민들이 문화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거기에 더 많이 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용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는 데 이런 측면을 고양문화재단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 한진수 팀장
새로운 수익모델로 거론한 음식사업과 각종 부대사업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노렸지만, 고양문화재단이 이것으로 발생시킨 수익은 사실 별로 없다. 예를 들어 고양문화재단은 작년 아람누리 주차장 당초 예상수익을 4억 원으로 설정했지만 작년 10월까지 실수익은 6350만7500원으로 드러났고 임대업에서도 총 8개 업체인데 이중 3개 업체가 해지되는 등 수익성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문화사업 이외에 고양문화재단이 수익모델로 제시한 사업이 수익성 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통해 문화수요자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거두는데 재단의 예산과 역량을 쏟아 붓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할 아람누리나 어울림누리 시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만 존재한다면 고양문화재단의 정체성과 역할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수익 기대한 수장고 사업도 좌초

고양문화재단은 아람누리 개관 직전인 작년 4월초 1억1185만 원이 소요되는 수장고 관련사업을 계획했다. 아람누리의 재정자립도에 많이 기여 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기획된 수장고 사업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박웅서 대표는 작년 11월 고양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미 수장고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추인을 해 주었지만 내가 현장에서 판단해 보기에는 남의 비싼 그림을 우리가 경험도 없이 지하에서 수장고 사업을 하다가 사고를 내면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연기를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수장고 사업을 하겠다는 자리에 경험 있는 제 3자를 투입해서 임대형식으로 시켜 보자, 그래서 거기서 성공하면 몇 년 뒤에 우리가 인수하는 형식으로 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이사회에서 부결되었고 이 사업은 공중에 뜨게 됐다.”

이 수장고 사업의 중도 포기는 현재의 고양문화재단 의사결정과정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수장고 사업과 관련한 재단의 전문성 결여라는 냉정한 자체 진단을 내리기 전에 공사부터 시작한 것도 잘못이지만 아무런 검증과정 없이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이 대표이사 1인에 의해 이뤄져 결과적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한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고양시 의회 현정원 의원은 “대표이사 독단의 의사 결정구조로 재단의 구조가 변질돼 가는 과정을 집행부 및 시의회가 방치 한 것은 우려할만한 사안”이라며 “문화재단의 자정 시스템을 위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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