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

대선 후 특목고 유치에 열올리는 고양시
설립 취지 잃으면 사회갈등 심화시킬 뿐 

자율과 다양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 공약 가운데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 설립’과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설립권한의 지방 이양’이 본격 논의되면서 특목고와 자사고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가 교육부 보고에서 이러한 방침을 확인하자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교육부 규제에 따라 주춤하던 특목고 신설을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양시도 관련부서와 특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식사 택지지구에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를 유치키로 건설업체와 이행각서를 서둘러 협약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전국의 특목고는 과학고 19개, 외국어고 29개이고, 자립형 사립고가 6개로 모두 합하면 54개 학교이다. 경기도에만 9개의 외고와 2개의 과학고가 설립, 운영되고 있는데 지역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을 다퉈 특목고 설립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는 특정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인기대학 입시목적고로 전락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특목고 입학이 곧 인기대학 진학으로 보장되는 통로로 연결되면서 초·중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교육부가 제출한 외고 졸업생의 대학진학 실태 자료를 분석해 보면, ‘외국어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설립취지가 무색하다. 2007년도에 외국어고 출신 대학진학자 5440명의 25.8%인 1403명만이 인문계, 어문계로 진학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인 교육개발원의 ‘특목고 정책의 적합성 연구’ 보고서에서도 “특목고 입시가 중학교 과정을 넘어 출제되면서 특목고 지망자의 고액 사교육 비율은 초·중·고 모두 일반학교 진학자에 비해 두 배 전후로 높았고, 중3 교실 붕괴 등 공교육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은 이른바 귀족형학교로 불리는 자립형사립고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2005년에 내놓은 ‘자사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를 보면 재학생들의 68%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치인 58.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학교교육비도 만만치 않는데 대표적인 자사고인 민족사관고의 경우 등록금 290만5200원과 기숙사비, 특기적성활동 교육비 등 수익자 부담경비 1331만3375원을 합치면 한 해에 학교에 내야 할 돈만 1621만여 원이나 된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학부모들이 자녀의 사교육에 치중하는 것은 단순히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뒤떨어지는 과목만 보충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녀들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앞서가기를 바라기 때문인데 입시명문고로 인식되고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 확대 정책은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이는 필연적으로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입시 경쟁교육으로 치달아 공교육이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공교육의 생명은 모든 사람에게 공공성과 교육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학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공교육 전반의 개선없이 일부 특수한 계층이 진학하는 학교만 육성하는 정책은 교육으로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다. 계층 간에 격차를 더 벌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고양시가 특목고 확대에 앞서나가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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