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경 / 동산동 거주. 농민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고양시민과 전국 소비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행주치마장터’가 바로 그것이다. 2006년 9월 15일부터 운영됐으니 만으로는 두 살이고 햇수로는 3년이 됐다.

그 동안이 ‘행주치마장터’를 만들고 또 운영의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기간이었다면, 올해는 ‘행주치마장터’를 활성화해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 사실 시·군의 농산물쇼핑몰이 전국에 백여 개가 넘지만 그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열 손가락에도 안 든다. 그런 어려운 작업인줄 뻔히 알면서도 고양시의 농민들은 농산물쇼핑몰의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양시민과 고양시농업, 그리고 농민이 근거리에서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간혹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있을까 하는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고양시에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가와지 벼농사를 지은 유적이 송포에 있으며, 도시근교농업으로 오랫동안 시설채소가 발달해 ‘일산열무’가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지역고유명사로 상품코드화 돼있을 정도로 농업이 발달한 곳이다. 특히 주교동이 정부로부터 화훼특구로 지정돼 선인장과 분화꽃의 수출산업으로 부가가치 높은 농업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농업의 깊은 역사와 기반 위에서 고양시의 농민들은 먹는 즐거움을 통해 시민과의 소통과 사랑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어렵게 ‘행주치마장터’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도처에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사실 고양시에는 농산물 소비조합으로 고양민우회, 노색소비자연대, 한살림고양, 고양두레생협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이 많은 만큼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의견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 고양시 농민은 역량 부족으로 고양시민과 농업을 통한 정과 사랑을 나누며 고양을 고향으로 만드는 공동의 작업이 부진하였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효율적인 유통에 있다. 고양의 농산물은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연중 공급이 안 되는 품목은 입점이 거절돼는 실정이다. 때문에 대부분 가락시장으로 출하돼 다시 고양시로 되돌아오고 있다. 또한 농업생산자 품목단체 등과 6개 단위농협과 축협과 산림조합 등 농민을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조차도 행주치마장터 운영에 소극적이며 고양시 역시 협력에 미온적이기 때문에 ‘행주치마장터’의 활성화의 속도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행주치마장터’의 목적은 이러한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깨고 소비자와 농민의 ‘직거래’를 통해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토록 하는 것은 물론 도시 사람들에게 농작물의 냄새를 맡고 흙을 밟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농장 등의 체험학습 공간도 제공하는 것이다.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고양시민에게 환영받고 사랑 받는 농산물이 되고자 한다. 농산물은 가격과 품질보다는 스토리가 있어야 더 믿음이 가는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을 만들어 시민과 농민이 농산물을 통해 지역의 정을 나누는 것이 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양시에서는 도시화로 재래시장은 조직화된 상인으로 인해 가락시장 외지농산물로 차있고 대형할인매장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고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고양시민이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

농산물 고유의 향이 살아있고 세포가 살이 있는, 그래서 기가 느껴지는 신선한 농산물은 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다. 고양시민이 고양시농산물을 사랑하고 이용해 줄 때에 고향사랑의 마음이 모여지고 고양시민 사회가 탄력을 받게되며 함께 하는 사회로 만들어져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한솥밥에 같은 반찬을 먹는 사람은 애틋한 사랑이 어우러져 나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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