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 / 전 고양시의원

뭐든 유치되면 좋다는 인식 버리고
실현가능성 놓고 꼼꼼히 따져봐야

18대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리고, 예비 후보자들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인사하기 바쁘다.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서를 통해서 자신들의 경력과 공약을, 예비후보자들은 홍보물을 보내면서 자신을 알리고 있다.
항상 정치인들의 공약은 거창하다. “이게 가능할까?”하고 의심이 드는 공약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꼭 하겠다고 한다.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국회의원이 왜 지역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의원이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역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표를 얻기 위해서 지역정책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은 분명 아닌 것이다.

정책은 생활 속에서 만들어질 때 환영을 받는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보았을 때 보육정책을 고민하게 되고, 지옥철과 만원버스로 매일같이 출근 할 때 수도권 과밀화와 교통정책을 요구하게 된다. 사교육비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본 학부모, 아이의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만들어진 정책이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유권자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 정책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만난 지역주민 한 분이 “다른 동네로 갈 기관이 우리 동네로 왔데요.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뭐 하는 기관이에요?”라고 하신다.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그냥 우리 동네에 뭐가 들어왔다니 “잘 됐다”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는 것이다. 이런 저런 큰 시설물을 짓겠다고, 혹은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지, 생색내기용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또 하나 따져봐야 할 것은 이미지에 대한 것이다. 후보자들은 유명정치인 누구와 친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물에 크게 넣기도 하고, 경력에도 기재한다. 의도는 분명하다. 이 사람과 나는 돈독한 사이이기 때문에 공약을 잘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인맥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정책은 실현가능성과 타당성에 근거해서 만들어지고 절차를 통해서 추진돼야 할 일이다. 인맥이 든든하다고 해서 설익은 정책이 ‘정 때문에’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지 않을까?
선거는 힘든 일이다. 후보자에게도 힘들겠지만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유권자들로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유권자들의 꼼꼼한 따져보기가 한국정치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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