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 화정자사고 유치추진위 위원장

지난 해 화정동 주민 1만2000여 명이 연대 서명을 받아 경기도, 경기도 교육청, 고양시, 고양교육청 등에 화정동 자사고 유치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이는 한해 1000여 명씩 빠져나가는 고양시 우수 인력에 대한 대책 마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해 일산이나 강남으로 학교를 옮기는 교육유랑을 멈추게 하고 생산시설이 없는 덕양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보자는 화정동 시민들의 주체적 요구였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인, 동탄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가 자사고 유치를 신청하거나 준비하고 있었고 고양시장의 선거 공약에도 들어 있었으며, 당시 경기도 교육감은 설립주체가 학교를 신설하면서 교육부에 자사고를 신청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유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회신해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시는 공약과는 달리 “정부에서 허가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일관했으며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인재 양성보다는 평준화에 방점을 둔 교육도시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자사고 설립 요구를 지역이기주의로 폄하, 단 한 차례도 자사고 유치, 인재유출 방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듯 교육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 고양시는 또 다시 교육을 행정의 부속물로 전락시켰다. 고양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식사동에 자사고 및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한 것이다. 교육도시추진위원회 및 관계 부처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사고, 특목고 유치를 언급한 것은 토론과 합리적인 절차에 의한 행정이 아니라 개인의 호불호에 의해 중요 정책이 결정되는 행정의 난맥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식사동 위씨티는 큰 평수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에 달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지난해 말 성급히 분양된 것으로 청약 접수가 미진하자 광고 전단지에 ‘국제고 유치 확정’을 게재하고, 시장은 식사동에 국제고 유치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등의 인터뷰를 통해 ‘지명’까지 거론해 사실관계를 암시한 것은 자칫 관련 업체와 유착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자사고와 특목고에서 보듯이 졸속적인 식사동 국제고 추진은 교육을 적선이나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자사고 유치를 위해 주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지역과 부지를 선정하며 그런 연후 재정 사정과 경영철학,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 업체를 선정해야 할 것이지 어떤 업체가 자사고를 설립한다고 하니까 감지덕지 따라가는 식으로는 교육도시 고양 건설은 요원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교육도시 고양을 만들기 위해 교육이 우리에게 무엇이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덕양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교육환경 개선 및 자사고 유치 민원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결정에 있어 특정 개인이나 소수 몇몇 사람의 생각과 판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투명한 절차 및 시의회의 의결 등을 거쳐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새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아무런 준비나 철학도 없이 지자체마다 봇물 터지 듯 추진하는 자사고 유치는 새로운 문제 도출의 한 단면이 될 수 있음을 지적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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