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현 / 고양대화중 교사

열악한 환경 불구 맹훈련 견뎌내는 아이들
물리적·경제적 제약 넘어 꿈 펼칠 수 있길

우리 학교에는 미래의 김연아를 꿈꾸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자신의 길을 선택한 탓에 해야 할 것도 해내야 할 일도 무척 많다. 아이들의 아침은 졸음과 추위를 넘어 힘든 새벽운동으로 시작된다. 피겨스케이트를 타려면 스케이트장을 통째로 빌려야 하므로 일반인들과 나눠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는 스케이트장을 대관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사용시간이 적은 새벽에 운동을 한다. 새벽운동이 끝나면 아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곧바로 학교로 등교. 몸은 피곤하고 배도 고프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도 떤다.

학교가 파하고 나면 쉬지 않고 바로 스케이트장으로 다시 달려간다. 스케이트장 대관시간까지 웨이트트레이닝과 발레 연습으로 몸을 풀고 저녁이 한참 지나서야 또 다시 빙판 위에 선다. 저녁운동까지 다 마치고 나면 11시가 넘는 시간. 그제야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밀린 숙제와 공부로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 또 다시 빙판 위에 설 자신의 모습을 기약하며 말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각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다면 잠시의 여유시간도 없이 계속되는 훈련으로 심신이 피로한 우리 아이들은 안타깝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딱딱한 빙판에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찢는 것도 수백 번, 한날에 체중을 다 실어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발목과 발등은 항상 부하가 걸리기 일수다. 맛난 음식이 있어도 체중조절로 입에 대보지도 못하는 우리 아이들. 이런 모든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저변확대가 크지 않고 스케이트장도 많지 않은 현실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행정적·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소수가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되어 스케이트를 타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본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1년에 한번 이상은 갈아야할 스케이트날과 슈즈, 의상비와 연습복, 스케이트장 대관과 발레레슨.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전가되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무척이나 힘든 실정이다. 물론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조금의 보탬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재능 있는 많은 아이들이 좀 더 편한 여건과 경제적인 지원 속에서 운동하기란 너무나 먼 이야기인 듯 싶다.

너무나 하고 싶지만 집안사정으로 스케이트를 그만 두어야 하는 아이가 있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그 힘든 작업을 아무 말 없이 해오던 아이가 경제적인 이유로 스케이트를 벗어야 했을 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돌아서던 그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김연아 선수도 유명해지기 이전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선진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먼 이국 땅에서 훈련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겠지만, 김연아 선수도 아직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의 신분. 학교에 등교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었다면 그 머나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언젠가 ‘낮에 스케이트를 타서 어색했지만 지금은 낮에 운동하는 것이 너무 좋다’라는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새벽이나 밤에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 한국선수들과는 달리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는 그곳의 시스템이 피겨스케이트를 하는 선수들에게 얼마나 좋은 환경이 되어주고 있는지 또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아이들도 물리적, 경제적 환경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나친 기대 속에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도록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에서 일회성 기부로 끝나지 않고 좀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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