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 호수공원‘압축된 네모’

요즘 유행하는 엽기가 떠올랐다. 누군가 내 안의 공기를 다 뽑아 버린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도 아니면 ‘정신의 진공상태’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있어 나를 그리로 밀어 넣는다면….

강력한 펌프를 이용해 알루미늄 육면체의 공기를 뽑아냈다. 공기가 빠지면서 알루미늄은 진공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진다. 팅~ 팅~ 소리지르며 압축이 멈추기를 소원한다. 펌프가 소원을 안 듯 공기빼기를 멈춘다. ‘여기까지다. 이 모양이면 충분해’라고 작가는 소리질렀을 것이다.

에베르트 힐게만(Ewerdt Hilgemann·네덜란드)씨는 이런 작업을 거쳐 호수공원에 ‘찌그러진 육면체’를 남겨두고 갔다. 작가 자신이 호수공원 조각공원의 출품작가로 선정된 것이 우연이었던 것처럼, 우연의 흔적을 ‘압축된 네모(imploded cube)’로 남긴 것이다.

‘압축된 네모(imploded cube)’는 어느 쪽도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없다. 공기압력을 받아들이는 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우연의 연속을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의 어느 결도 같은 곳은 없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른 심리상태가 연속되는 일상의 우연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호수공원에 가보라. 힐게만씨가 당신에게 말 걸어올 거다. ‘압축된 네모(imploded cube)’의 우연한 조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삶은 우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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