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수 /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책 넘쳐나지만 읽을 시간 없는 아이들
즐겁게 접하도록 여유 있게 기다려줘야

독서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요즘 나오는 어린이청소년 책들을 보면 참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놀랍다는 것은 정말로 수준 높은 좋은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러운 것은 이렇게 좋은 책들을 볼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참 부럽게 느껴져서이다. 읽을 책이 정말 없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좋은 책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편하게 보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절로 드니 책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참 복잡하다.
우리 세대는 혜택을 받거나 운이 좋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독서 환경이 아주 열악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정말로 교과서 외에는 읽을 책이 거의 없었다. 우리 세대가 시간은 무척 많았지만 읽을 책이 없었던 시대를 살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책은 넘쳐나지만 시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큰 차이이다.

최근에 ‘히말라야 도서관’(세종서적)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으로 잘 나가던 존 우드는 우연히 떠난 네팔 여행에서 책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고민 끝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들에게 책을 보내주고 도서관을 지어주는 운동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존 우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돼 기증한 도서는 무려 150만 권, 건립한 도서관은 3천 개에 달한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하며 사는 그의 삶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지만, 아직도 지구상에 있는 많은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과다한 학습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이 없어 책을 못 읽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부지런히 책을 읽으라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처해있는 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꼭 얘기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지, 정말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라고 말이다. 어떤 삶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인지 잘 모르겠다면 책을 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결코 진부한 격언이 아니다. 지나간 삶을 돌이켜보면 인생의 고비마다 만난 책들은 언제나 내가 가야할 길을 알려줬다. 이렇게 책들은 내 삶에 꼭 필요한 아름다운 동반자였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백 마디 말은 다 부질없는 군소리일지 모르겠다. 독서는 즐거우면 된다. 재미있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게 마련이니 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아이들아. 일단 책을 만나보렴. 어떤 책이냐고? 너희들이 읽고 싶은 책이면 가장 좋겠지. 책이 주는 즐거움을 스스로 느껴본 사람은 그 행복한 경험이 쌓이면서 좋은 독서가로 자랄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만나고 친구가 될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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