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무 / 구두닦이 시인

‘국민 성공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명박 정부가 드디어 출범했다.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최초의 CEO 대통령 정부가 힘차게 출발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기대가 넘친다. 그것이 살림살이 곳곳에서 금방 실현되리라고 믿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조만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렇듯 국민들이 새 정부 출범에 순순한 기대를 거는 것은 앞으로 5년 간 한국호가 순항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서민들은 경제에 어려움 속에서 많은 고생을 하고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통상적으로 ‘성공’이란 단어엔 세속적 요소가 불가피하다. 밥도 배불리 먹고 돈도 많이 벌고 신나게 일하며 꿈꾸던 것을 성취하는 기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성공을 진짜 ‘성공답게’ 만드는 최후의 결정타는 다름 아닌 문화예술분야의 정책으로, 정신문화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정신문화가 깃들지 않은 성공은 지속될 수도, 위대할 수도 없다. 결국 성공의 완성은 정신문화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국민성공시대를 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우리의 잊혀지고 외면되고 질식된 정신을 우리 내면에서 다시 일깨우는 것이 절실하다.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문화를 좌시하는 정책이라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시대 ‘시대정신’의 정수를 끌어내고 그것을 미학적 양식으로 역할모델을 완성시켜야 하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와 정신적 토대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살려야 한다. 국민들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했지, 선거기간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부운하로 환경을 죽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하천 바닥이 긁히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물길이 연결돼 수심이나 유속이 변하기 마련이고, 이는 멸종위기로 내몰린 이 나라의 민물고기들을 위협하는 일이다. ‘경제 살리기’로만 치닫다보면 자연환경의 파괴는 자명한 것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국운을 좌우한다고 했지만 현대 생태학은 다스릴 치(治)에 대해 대단히 불편해 한다. 그 옛날 생태학 지식이 부족하여 우리 인간이 오만하던 시절에는 다스려도 되는 줄 알았지만 자연은 다스리는 게 아니고 섬겨야 하는 것이다.
새 정부에 바란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분야의 국정 정책 수행에 힘을 실어 문화민족의 긍지를 갖게 해주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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