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절이 그리운 외국인 근로자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인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설날이 있다. 물론 명칭은 다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요즘 이들이 느끼는 그리움은 배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908-5004)에 의하면고양시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략 2~3천명 정도. 낯선 땅에서 또 한해를 맞아야 하는 사람들은 연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엄마..보고..싶어요”
서툰 한국어로 디누샤가 말한다.
스리랑카 칸디에서 온 자민다(26), 디누샤(24) 부부. 자민다가 한국에 온 건 2년이 넘었고 아내 디누샤는 1년 정도 됐다.

디누샤는 현재 임신 3개월째다. 남편은 낯선 땅에서 아기를 갖고 힘들어 하는 디누샤가 안스럽고 미안하다.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질 때는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쓴다. 자민다는 스리랑카에서 운전사로 일했고 지금 공장에서 필터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자민다는 자주 야근을 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표정은 밝다. 언젠가는 스리랑카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스리랑카에는 크리스마스 없어. 4월 13일에 식구들 와서 절해요. 세배돈은 내가 엄마한테 줘. 엄마 돈 없어”
디누샤가 신나서 얘기한다.

역시 스리랑카 마탈레에서 온 인디카(28), 히말리(27) 부부. 한국에 온지 일년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영 우리말이 서툴다. 그래서 이웃집 자민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인디카 부부는 지금 앨범공장에서 일한다.

이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닐(40)은 스리랑카에서 경찰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틈만 나면 가족사진을 들여다보곤 한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온 덴베(38), 다이라(34) 부부는 콘크리트 공장에서 일한다. 다섯 살된 딸은 유치원에 다니고 아들은 현재 몽골에 있다. 연말이 되면 “몽골에 두고 온 아들이 더 보고 싶다”며 음력설에 가족들이 다 모여 만두를 빚으며 덕담을 나누던 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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