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숙 / 고양여성민우회생협 상무이사

시민 참여로 발의된 급식조례 시행 환영
양적 확대에서 질적 향상 꾀할 수 있길

2004년 3월 경기도민 17만 명이 발의한 학교급식지원조례가 4년여만에 의회를 통과했다. 거리에서 혹은 반상회에서 서명지에 싸인을 하며 경기도 180만 학생들에게 건강을 주는 학교급식을 소망하던 부모의 마음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서명을 하고 가시던 할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였던가? 아이들 모두가 내 아이들이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17만 명이 조례를 발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애초에 ‘국내산 농ㆍ축ㆍ수산물’을 급식재료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 가트(GATT)규정에 위배된다는 행정자치부의 제소로 인해 ‘우수 농ㆍ축ㆍ수산물’로 변경된 것이다. 물론, 국내산은 여러모로 우수 농산물임에는 틀림없다.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뜨거운 태평양을 넘어오느라 부패방지용 수확 후 농약을 뿌릴 필요도 없고, 유전자가 조작된 유전자변형작물이라는 불안감도 없으니 말이다. 부디 각 단위의 집행자들이 ‘학생 건강’과 ‘농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실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고양시는 이미 3년 전에 ‘학교급식지원에관한조례’를 마련해 수준 높은 학교급식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참여예산 제안사항의 하나로, 2004년부터 고양시에서 생산된 쌀을 학교급식에 이용할 때, 추가발생 비용의 절반을 시 예산으로 지원해왔다. 고양시의 콩을 원료로 한 두부와 콩나물에 대해서도 예산을 지원해왔으며, 경기도 1등급 한우 이용 시 시비로 지원하는 등 총 20억 원의 예산이 학교급식과 관련하여 이미 책정돼 있다. 도농복합도시인 고양시의 특성을 살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상생의 정책이 실현된 경우라 할 것이다.

여기에 고양시 학교급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첫째, 이제 학교급식은 양적인 확대에서 질적인 향상을 꾀할 때다. 위생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첨가물이나 농약 등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역농산물 혹은 국내산 식재료 등을 사용토록 함으로써 급식의 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조리실과 교실 등의 최소한의 시설만 있으면 시작했던 급식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시켜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급자 중심에서 학부모와 학생 등이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내실 있는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2004년 학교급식소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소위원회는 업체선정시 현장심사, 평가결과 반영, 객관적이고 공정한 업체선정 등에 참여해, 수요자의 참여에 의한 감독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학교급식을 교육과 복지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철학을 가지고, 급식지도 및 감독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을 건립해 개별학교가 식재료 구입 시 우수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구매비용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급식소위원회 위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을 지원하고,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농업정책과 및 친환경 농업부서, 교육담당 부서간의 협력을 유도해 원활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넷째,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이다. 2009년까지는 모든 학교가 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를 어렵게 하는 요소들은 없는지 점검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이 모든 개선사항을 추진해나갈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고양시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조례의 풍부한 내용을 실현하는데 위원회 구성은 첫 걸음에 해당될 것이다. 2008년 안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위원회가 2007년처럼 소리 없이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2008년 새학기를 맞이해, 학부모들의 급식에 관한 관심폭발과 새로이 급식업무를 담당하게 된 농업정책과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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