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 고양시민회 운영위원

거리를 지나다 보면 도로이름 옆에 병기되어 있는 도로번호는 일정한 체계에 의해 쓰여 있어 대략 어느 지방을 관통하는 남북 혹은 동서 방향의 도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시내버스 번호를 보면 그것이 어느 지역으로 가는 무슨 종류의 버스인지 대략 알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의해 번호가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혼돈이 심한 마을버스의 노선 번호는 아직까지 그렇게 일정한 체계에 의해 관리되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회사별로 번호를 부여하다 보니 관내에 동일한 버스 번호가 권역마다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마을버스 노선을 문의하는 사람이나 안내하는 사람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뿐 아니라 XX-1, XX-2 등 출처도 불분명한 번호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아무런 특성이나 의미도 없는 번호를 소비자인 시민들은 일일이 다 외워야 하고 스스로 필요한 노선정보를 파악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 도시들이 안고있는 문제점이다.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가 시내버스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마을버스의 체계 모든 것을 시내버스처럼 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버스 번호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이 문제를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정비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관리의 효율을 기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위민 행정’은 바로 시민 중심의 생각과 실천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을버스 번호 첫 자리에는 고양시를 상징할 수 있는 숫자를 사용해 그것이 마을버스임을 알 수 있도록 하고, 둘째 자리는 각 구청별로, 셋째 자리는 권역별로 표기하도록 한다면 어느 지역을 가든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가는 버스를 쉽게 분별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행하는 데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거의 없으며 어느 정도의 홍보만 이뤄진다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버스 번호도 도시 미관이며 지역 상표다. 간판을 바꾸고 가로를 정비하며 도로이름을 새로 짓고 하는 것만이 도시 미관이 아니다. 잘 정비된 도심하천 하나,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 하나가 그 도시의 상표이듯이 마을버스 번호 하나도 상표가 될 수 있고 고양시의 얼굴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혼란스럽게 부여돼 있는 마을버스 번호를 일원화하여 시민 모두가 만족하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면 그것이 바로 고양시의 최대 미관조성사업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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