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시키기 | 앤 패디먼 | 지호

서재 결혼시키기? 도대체 무슨 말일까? 누구네 집 아들 서재가 혼기가 꽉 찾는데도 결혼할 생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아서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결혼작전에라도 나선 것일까?
하지만 서재는 어느 집 아들 이름이 아니라, “책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공부하는 방”을 뜻하는 그냥 평범한 보통 명사이고, ‘서재 결혼시키기’는 이번 주에 소개할 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서재를 결혼시킨다고?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첫 장인 ‘책의 결혼’을 읽고 나면 왜 책제목을 그렇게 정했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앤 패디먼이란 여성이 쓴 이 책 ‘서재 결혼시키기’(지호)는 여러 모로 매력적인 책이다.
우선 책의 외형부터가 그렇다. 한지 느낌이 나는 책싸개에서 부터 단아한 표지 디자인, 그리고 책 안의 편집에 이르기까지 책을 만든 이들의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어느 한 군데도 없다.

그러나 책이 어찌 외형만 가지고 그 가치가 평가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든 내용이 아닌가? 하지만 이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책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어서, 책을 혐오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아마도 너무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올해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책 단 한 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을 꼽고 싶을 정도이니까.

서재를 결혼시킨다는 것이 어떤 말인 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여러분의 즐거움을 미리 빼앗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 책을 옮긴이는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 좋은 글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우선 함께 읽어보자는 말밖에”.

참! 한 가지 더! 책에 끼여져 있는 책갈피 역시 무척이나 예쁘다.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 몰래 책갈피 몇 개 더 들고나오고 싶을 정도로.
<출판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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