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 일산동 독자

어느 날 자동차 앞 유리창에 끼어있는 주정차위반스티커. 이 지역이 주정차 금지 구역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골목에 한참 서 있어 보았다. 그러나 내 예상대로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한가한 동네 뒤 편 이면 도로에 사람이 피해야 할 만큼 차가 다닐 리 없다.
내 생각에는 예전의 도로 사정과 지금의 도로 사정이 바뀐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지역이 주정차 금지구역이 될 수밖에는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담당 구청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내가 전화한 요지를 말하고 담당자를 찾는 데까지 세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말하고 있었나? 겨우 겨우 담당 공무원을 찾아서 다시 4번째로 상황설명을 했다.
주정차 금지구역이 이해가 되지 않고 여기 주민들 대다수가 같은 생각이니 직접 현장으로 나와 봐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주정차 위반 구역에 관한 것은 경찰서 담당이란다. 관할 경찰서로 전화해서 다시 알아봐야 한단다. 그래.. 내 무지한 탓이로소이다.
다시 관할 경찰서로 전화해 담당자를 찾을 때까지 또다시 두 번의 같은 내용을 반복, 결국 어렵게 담당경찰관을 연결할 수 있었다. 다시 상황이야기를 또 반복해 설명했다.

그랬더니 주정차 위반 단속은 담당 구청 권한이니 담당 구청에 절차를 밟아 이의 신청을 하란다. 구청에서는 경찰서에서 결정이 되면 자신들이 따를 수 있다면서 경찰서에 가서 절차를 밟아 단속 지역 해제 요청을 하란다. 또, 경찰서에서는 구청에서 결정해서 요청해 오면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하고…. 주민들은 참으로 난감했다.
이게 참, 울화가 치미는 일이다. 바쁘고 시간 없는 일반 시민이 민원을 한번 제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야 깨달았다. 담당 공무원들 모두가 이렇게 말하니 정작 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 모두들 내가 민원을 제기하자 이렇게 말했다. “민원인님, 민원인님의 사정은 딱하지만 이것은 이 법규 때문에 안 되고 이건 이 법규가 있어 불가합니다”라고.

나는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경찰서든 구청이든 일단 안 된다는 이야기부터 들어야 했다. 공무원들은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보다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바쁜 건 알지만 잠깐이라도 나와서 상황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 이야기에 처음부터 귀를 기울인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난 공무원과의 통화로 오후 내내 소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얻은 답이나 해결방안은 없었다. 결국 나는 4만 원짜리 주차과태료를 가지고 은행에 가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나 깨달았다. 고양시에서 일반 시민이 담당자를 찾아 민원을 제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러한 민원을 해결하려면 또 다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를.

적어도 일반 시민의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이라면 이러한 민원이 제기되면 그 상대가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일반 촌사람이건 민원인의 입장에서 들어보고, 무조건 안 된다고 잘라 말하기보다는 민원이 정말 타당한지 현장에서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씁쓸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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