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 진밭두레보존회 총무

지원 줄고 행사참여 배제되는 무형문화재
이제 유지와 발전에 대한 대책 마련해야

우리의 자존심인 국보 1호 남대문이 소실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화재의 현장에 가서 안타깝고 애통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고, 정부 당국도 뒤늦게나마 야단법석을 떨며 문화재 보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라져 가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문화재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면 금방 드러나게 되지만 무형의 문화재는 아예 관심도 없는 것 같다.

국가나 도에서 지정된 문화재는 형식적이나마 정부로부터 다소의 지원을 받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문화재의 중요도에 따라 국가나 도지정 문화재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것은 일면에서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경우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고양시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복합도시 형태이나 점차 도시화되면서 농촌 풍경이 사라져 가고 있다. 또 농촌 인구도 감소하면서 노령화되어 가고 있다. 젊은이는 누구도 농촌지역에 거주하려 하지 않는다. 농촌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교통이 불편한데다가 적당한 일자리와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기회만 주어지면 도시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업을 기초로 하는 전통문화도 사라져 가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일산신도시로부터 불과 6km 떨어져 있는 마을로서 행정구역상으로 일산동구 성석동에 속하고 지리적으로 고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몇몇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수 백년간 농사 위주로 삶을 이어온 마을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농촌마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동네 주민들로만 농악을 유지해 오고 있는 곳이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성석농악 진밭두레패는 마을주민들로 이루어진 두레패가 농악 풍물과 농사놀이 16마당, 각종 농사소리, 고사덕담, 상여소리와 지경다지기 소리 등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어 2005년 7월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바 있다. 성석농악 진밭두레패는 매년 마을에서 지신밟기와 정월대보름놀이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행주대첩제와 행주문화제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오고 있지만 고양문화원으로부터 경기농악육성보조금과 전통농악육성보조금으로 연 350만원을 지원 받고 행사참가시 약간의 비용을 받는 외에는 특별히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것은 없다. 이러한 지원도 향토문화재로 지정 됐다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고 고양시의 여러 농악단체와 마찬가지로 지원 받을 뿐이며 10여 년 전에 연간 400만원을 지원 받다가 작년부터 그나마도 규모가 줄어들었다.

정작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시민의 관심이 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3월 14일 개최되는 행주대첩제가 금년도부터는 고양문화원이 아니라 고양시에서 직접 행사를 주관하면서 제례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예산의 축소를 이유로 여러 농악단체의 참여를 배제했고 매년 그 행사에 참여하던 우리 고양시 향토문화재인 성석농악 진밭두레패의 참여까지 배제됐다. 이는 여러모로 보나 타당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 평일이어서 농사이외의 수단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농악대원들을 동원할 수 없어서 참여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고양시의 무신경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유형문화재의 보전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정작 사라져 가고 있는 무형문화재의 유지와 발전에 대한 시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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