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 풍산산악회 부회장

요즘 고봉산 자락에 위치한 성석동 진밭마을 길거리에는 파주의 군 시설이 이전하는 것에 대한 반대 현수막이 여러 곳에 붙어있다. 고봉산은 북한산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한북정맥에 위치한 명산이다. 고봉산을 자주 오르고 있는 필자의 생각에도 그 산자락의 청정하고 조용한 진밭마을에 파주에 있는 군 시설이 3곳이나 이주해 오는 것은 직접 당사자인 마을 주민의 저항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양시민 전체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국방이야말로 가장 신성시하고 중요한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어딘가 군 시설을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도 포연대, 29연대, 신병교육대 등 3개 부대가 주둔해 있는 마을에 다시금 3개의 군 시설이 더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고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또한 울분이 솟는다.

전방에는 미군이 철수한 기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할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전방의 부대를 후방으로 후퇴시켜서 이전하려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아래와 같은 문화와 환경보존 관점에서 보아도 타당하지 않다.
첫째, 그러한 군 시설이 추가로 들어서게 되면 고양시의 상징인 고봉산은 정상부터 온통 군사시설로 채워지게 된다. 이는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진밭마을 대동제 형태로 연간 봄, 가을 두 차례씩 고봉산신에게 지내는 산제사의 터로 진입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밭마을 고유문화 전통을 훼손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진밭마을은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 성석농악 진밭두레패가 있어 농촌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마을인데 군 시설이 이전돼 온다면 자칫 산제사 전통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진밭마을에는 각각 전설을 지니고 있는 고봉산 정상부근의 장사바위와 두꺼비바위(섬암)가 있고 고향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전주이씨 계원군의 묘소와 신도비가 있어 어린 학생들의 문화재 탐방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또한 아직 문화재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산제사터 인근의 함종어씨 묘소와 재실, 그리고 창녕성씨 묘소와 재실이 있어 군사시설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셋째, 진밭마을을 관통하는 장진천이 특별한 오염원이 없음에도 상류에 주둔하고 있는 기존 군부대로부터 이미 오염돼 생물이 살지 못하는 하천으로 변해 있는데, 다시금 새로 군 시설이 들어선다면 하천의 심각한 오염이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고봉산 정상은 30여 년 전에 세워진 철탑이 있기 전까지 주민들 누구나 정상에 올라가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개성의 송악산도 볼 수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민들의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고봉산 정상을 옛 봉화대를 복원해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려 주어야 할 마당에 다시금 새로운 군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진밭마을에서 고봉산 장사바위로 이르는 솔 향기 그윽한 등산로마저 이용이 불편해 질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고봉산을 보존하지 못한다면 시민건강과 환경파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