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사를 쓰라고 해서 실제로 기자수첩을 펴보았다.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터라 관련 기사거리가 상당량 써 있었다. 그동안 취재했던 자원봉사자들, 취재를 놓쳤거나 취재 예정인 자원봉사자들의 명단도 보였다. 고양시를 밝히는 숨은 일꾼들이었다.
그들은 왜 봉사를 하는 것일까? 취재할 때마다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하느냐,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싱겁기 짝이 없다. “어쩌다보니” “그냥” 이런 식이다. 심각한 질문에 되려 어색해 하는 것은 바로 그들 자원봉사자들이다.

봉사를 했더니 좋더란다. 혼자 하는 걸로도 모자라 남편, 자녀 다 동원된다. 아마도 ‘봉사정신’은 가족까지 전염되는 모양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자기 지갑을 털어서까지 봉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월급을 받고 일하면 성직이고 안 받고 일하면 봉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엉뚱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맞는 표현이다. 사회복지사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성직자이고, 무보수(소정의 사례비를 받기도 하지만)로 일하는 이들은 ‘자.원.봉.사.자’이다.

태안에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 사건으로 통해 전국에 숨어 있던 자원봉사자들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숨어 있던 인정과 봉사정신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꽃이 있어 아름다운가? 길이 깨끗해서 아름다운가? 도로가 탁 트여서? 곳곳에 편의시설이 즐비해서? 공원이 많아서? 맞다. 그러나 아니다. 학교에서, 병원에서, 상담센터에서, 혹은 길에서 숨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명감 가지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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