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통해 자아발견하는 '매스'

“늙은이가 손주들에게 남겨줄게 뭐 있어야지. 가진 재산도 없고…. 그냥 할머니 정성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었어. 그게 다야.” 순수 아마추어 조각 동우회 매스(MASS, Middle Age Social Sculpture)의 ‘왕 언니’ 나성균(68)씨가 조각을 배우게 된 동기다. 나씨의 작품은 손자와 손녀의 두상이나 입상이 대부분.

2000년 3월 고양시 여성복지회관(관장 이옥희·961-3317) 생활조형반(지도 박창훈)에 10여명의 ‘아줌마’들이 수강신청을 했다. 가사와 자녀 양육으로 지킨 정신과 육체에 활력을 넣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후 몇 명은 떨어져 나가고 구랍 12월 23일부터 29일까지 까르푸 전시실에서 ‘제1회 매스전’을 가진 10명의 회원들이 2년 동안 꾸준히 조각을 배웠다.

매스 회원들은 소위 ‘예술한다’고 허영 떨지 않는다. 오히려 실속파다. 그래서 조각의 소재도 자신들의 가족이거나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다. 혹은 여고시절부터 간직해왔고 버리지 못했던 ‘문학 소녀적 감성’이다.

김기옥씨는 남편의 두상을 조각한 다음 ‘나의사랑 박원병’이라 이름 붙였다. “조각을 배우고 첫 번째 작품인데 남편에게 모델이 돼 달라 졸랐지요. 멋적어 하던 남편이 작품이 완성됐을 땐 아이처럼 좋아했어요. 저의 서툰 조각 실력이 우리 부부 사이를 더 끈끈하게 한 것 같아요. 그것으로 만족해요”란다.

이들이 조각을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아 발견.’ 매스의 회장 이희자씨는 “찰흙을 주무르면서 틀을 짜다보면 그간의 일상들이 정리가 돼요. 그리곤 이내 작품에 몰입하지요. 정해진 3시간이 언제 지났나 싶을 정도니까요. 2년 동안 몇 작품 만들진 못했지만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자식 하나 더 낳은 것 같은 심정”이라며 성취감을 표현한다.

매스 회원 중엔 취재 중 자주 만난 얼굴도 보인다. 2000년 ‘대화동 러브호텔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주민대표 함혜정씨. 그녀가 러브호텔을 반대한 것도 이런 ‘문화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었던 듯. 함씨는 주로 누드여신(女身)를 만들었다. ‘전라의 모습이 부끄러움이 아니기에 수줍은 표정보다는 드러난 가슴을 당당히 표현했듯이, 자신의 사는 모습도 당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당당히 주문한다. “우리가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설 순 없다. 그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생활이 아름답기를 원한다. 문화예술이 나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살고 싶다”고.

신입회원도 모집한다. 자신을 발견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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