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결국 우리사회는 다시 조금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조금 재미있는 것은 진보 진영의 전매특허 같았던 사분오열을 보수진영에서 최근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개인과 공당의 이름을 등치시키는 세계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이 가공할만한 네이밍 센스!), 이렇게 3개 진영으로 솔밭처럼 갈라졌다. ‘감짝쇼’와 함께 김영삼 대통령의 주특기였던 ‘구국의 결단’같은 거 누가 막 해줘야 보수진영의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을 거 같다.

만약 통합민주당을 진보진영으로 묶을 수 있다면, 보수진영과 반대로 우리 지역구에서는 진보진영에서 단일화 시도가 있었다. 통합민주당의 한평석 후보가 심상정 후보에게 제시한 이 단일화 제안은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고양시 총선정국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한평석 후보는 “중앙당과 캠프 내부의 반발로 단일화가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단일화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투표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한나라당의 후보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보수세력의 국회진입을 막는다는 대의를 보아서는 단일화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이 개인적으로 못마땅했다. 단일화 방식이 여론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지지율이 많은 후보가 다른 후보를 흡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단일화 무산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유세에 투여하는 시간을 단일화를 위한 양 진양간에 논의하는 시간으로 기꺼이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이미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단일화 제안을 하던 당일에도 한 후보의 유세차량은 그 전날과 똑같이 덕양구 곳곳을 질주했고 스피커에서는 한 표를 위한 구애가 계속됐다. 

또 단일화가 될 수 없었던 이유가 또 하나 더 있다. 공천을 해준 중앙당의 선거전략은 개인 선거전략을 포괄하는, 혹은 구속적 개념임을 감안할 때, 중앙당에 소속된 한 개인 후보자격으로 임의적으로 중앙당의 의사를 무시한 채 단일화를 시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엄정한 물음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념을 몰랐다면 정치 초보자의 무지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알고 있었음에도 단일화를 제안했다면 공천을 해준 소속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를 져버린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공천을 해준 소속정당과의 합의라는 과정을 생략한 채 선언만 해놓고 보는 것에 어떻게 대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단일화는 싱거운 정치쇼로 끝났다. 덕양갑에 당선된 손범규 후보는 43.5%의 득표를 했고 심상정 후보는 37.7%의 득표를 했다. 그 차이는 5.8%로 한평석 후보가 득표한 11.5%의 절반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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