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자와 흡연자와의 만남

전세계적으로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역시 흡연.
'담배 끊은 독한 사람하고는 상종도 하지 않는다'는 우리네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그것 역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제 흡연자들은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개인의 기호품을 왜 탄압하느냐는 담배애호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 결심을 한다.
매년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 바로 금연이다.
그러나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식사 후에 피우는 담배 한대의 맛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세 번의 실패 끝에 결국 금연에 성공했다는 김정일(60·의정부 호원동)씨, 올 한해의 시작도 역시 담배를 끊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는 지인규(41·원당)씨.

이 두 사람이 만났다. 처음 만난 사이라 어색할만도 한데 그 동안 맺힌 한이 무엇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담배 끊지 못하는 고통은 담배를 끊어 본 사람만이 안다.

이들은 모두 중학교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골초들.
어릴 적 학교 화장실에 몰래 숨어 담배 한 개비를 서너명이 돌려 가며 한 모금씩 빨던 기억을 더듬는다. 어린 아이마냥 장난기 어린 눈으로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물론 호기심 때문.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남자답게 보이던 시절.
담배 못 피우면 왕따 당했던 당시 시대상도 한 몫을 했다.
그 동안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도 수차례.
주위 사람들에게 호언장담을 했건만 번번히 실패를 했다.
그 후 김정일씨는 금연에 성공했다.


하루에 담배 두갑 반을 피웠다는 김씨.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남자도 아니다”라는 자칭 타칭 담배예찬론자였다.
심지어는 “담배 피우는 사위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담배로 찌들어 가는 몸.
가래가 많아지고 심장도 안 좋아졌다. 손발도 떨렸다.

그러나 김씨가 단번에 금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도 세 차례 담배를 끊었다가 화가 나면 다시 담배를 물곤 했다.
아내와 다툰 후 1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도 했다고.
그야말로 공들여 쌓은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셈.

그가 독한 마음을 먹고 다시 담배를 끊은 건 4개월전의 일.
'담배사냥꾼'이란 금연보조제도 먹었다. 담배생각이 없어지면서 담배 끊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물론 보조제보다 자기 의지력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담배를 끊는 것은 속전속결이 최고라고 강조한다. 어설프게 담배를 줄이면서 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금물.

담배를 끊자 가장 좋아하는 건 아내와 아이들. 담배 끊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가족들이 이젠 바가지 긁을 일이 없어졌다.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한건 가족의 자신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한편 “담배를 끊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씨.
그는 “습관적으로 담배갑에 손이 가는 것을 막기 힘들다”고 말한다.
식사후, 운전할 때, 화장실에서.. 어느 곳에서든 담배가 따라 다녔다.
밤에 담배가 없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담배를 사러 가기도 했었다고.

은단과 사탕을 씹어 보고 참아도 봤지만 길어야 일주일. 하루 이틀 참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오죽하면 담배피우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남들이 듣기엔 그저 황당한 만화 속 얘기 같지만 그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젊었을 때는 금연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는 그.
“막말로 암으로 죽을 때까지만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40이 넘었으니 생각이 달라질 법도 하다. 운동할 때 자꾸 숨이 찬 것도 마음에 걸린다.

금연을 결심했지만 흡연자들이 설 땅이 없어졌다는 것도 못내 아쉬운 눈치. 대부분의 건물이 금연구역이라는 게 불만이다. 건물 밖으로 나가거나 계단에 쭈그리고 담배 피는 자신의 모습이 궁상맞게 느껴지는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가 담배를 끊은 김씨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 고통을 어떻게 참았냐는 것.
김씨는 “일주일이나 열흘이 지나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며 “그 동안만 잘 참으라”고 조언했다.
"그까짓 담배도 못 이기면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의 친구들은 아직도 “그 나이에 얼마나 더 살려고 담배를 끊었냐?”고 놀려댄다. 그러나 그는 담배의 유혹을 이겨낸 자신에게 당당하다. 건강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식욕이 왕성해져 살이 좀 찐 것을 빼고는. 운동도 할 생각이다.

어느새 ‘형님, 동생’하며 가까워진 김정일씨와 지인규씨.
김씨는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지씨는 "형님 덕분에 담배를 끊을 용기가 생겼다"며 서로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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