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본지 발행인

[본지 발행인]

영어 공교육보다 절실한 책읽기 공교육
꿈을 품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 주어지길

“책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CEO 안철수씨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책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안철수 씨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책을 통해 꿈을 가질 수 있었고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도 요즘 책의 중요성을 점점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우리 교육이 책을 여전히 취미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책을 교육의 중심으로 놓지 않고 있다. 어렵게 시도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 민간주도로 시작된 ‘아침에 10분 책읽기 운동’이다. 공교육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겨우 10분. 10분도 참여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하지만 책을 교재로 삼지 못하는 공교육의 현실에서 책 읽는 일은 늘 아이들 개별적 선택에 맡겨진다.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은 읽고, 못 읽는 아이들은 못 읽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부모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아이들은 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약 당한다. 보편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은 여전히 책으로부터도 소외돼 있다. 가난을 대물림 받지 않을 수 있는, 꿈을 갖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바른 길이 ‘책’에 있음에도 가난한 아이들은 이조차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프고도 답답하다.

우리 아이들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꿈을 품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대안은 공교육 강화에 있다. 요즘 영어 공교육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책읽기 공교육이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은 교과서가 따로 없다 특히 국어 과목은 책이 교재다. 학교와 교사, 사서가 함께 의논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을 선택하고 이 책을 2-3개월 간 함께 읽는다.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을 다시 책이나 포스터, 신문으로 만들어내는 재창조의 작업까지 체계적인 책읽기 교육이 이루어진다. 책읽기는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계속 된다. 저학년은 매일매일 15분 이상 책을 읽어야하는 숙제가 1년 내내 계속되고 고학년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두 달 정도 읽으면서 독서일기를 쓰는 숙제가 주어진다. 이들 학교의 공교육에서 가장 많은 예산과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과목은 바로 책 읽기다.

책읽기는 더 이상 취미정도로 강조될 수 없다. 공교육이 책읽기를 교육의 중심에 놓고 학교가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는 주체가 되어주길 바란다. 한 달에 100만원을 사교육비로 투자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나마 기회는 책에 있다. 책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차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꿈을 품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꿈을 선택하고 꿈을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 공교육에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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