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는 집안에 경사나 애사가 있는 날 또는, 애경사를 기념하는 특별한 날에만 한복을 입는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히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입히는 죄수한복이다. 법을 심판하는 판사들은 서양식 근영한 검은 색 판사복을 입고, 벌을 받아야 하는 죄수들은 초라한 흰 한복을 입는다. 의도적 한복의 평가절하다.

한복이 죄수복이 된 연원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힌 우국지사들은 평시의 한복을 입었는데, 이들이 붙잡혀 죄수로 있으면서도 그대로 입다보니, 그것이 죄수들의 제복이 되고 말았다.

해방 이후로도 지식인과 권력가를 중심으로 양복은 우리의 의복 문화를 대신하게 되고, 한복은 가진 것 없고, 순박한 일반민중의 옷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백성들도 신문명을 배우고,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전국민이 모두 신식 양복쟁이가 되었다.

그러나 교도소의 죄수만은 여전히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여, 지금도 한복을 당연한 듯 입고 있으니, 한복은 초라한 죄수복으로 굳게 자리잡은 것이다. 얼마전 5-6공화국 시대의 위세 당당하던 전직 대통령들도, 재임시절 비리에 연루되어 재판정에 허연 한복을 입고 나타났을 때 그들이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지 되새겨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복이 본래 이처럼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단순한 의복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월의 변천에 따라, 아름답고 멋스러운 다양한 한복마저도 사회 지도층은 물론이고, 일반 백성들의 생활의복에서 멀어지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데 한복을 안 입는 가장 큰 이유는 한복은 시대에 뒤지고, 입기에 불편할뿐더러,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복은 우리 민족이 이땅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최근까지 즐겨 입고 발전시킨 우리의 의복이었다. 그리고 현대인들도 우리의 한복이 멋스럽고 아름다운 옷으로 생각은 하면서도 현대 생활에는 부적합하다고 미리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적 의복 전통은 어디에 있는 것이며, 평시에 입어 보지 않고서도 한복은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선입견이 아닌가? 역사와 더불어 발전되어 왔던 우리의 의복문화, 문화적 자존심 있는 지식인, 사회 지도층들에게 역사적 관점에서 반성을 기대하고 촉구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건축사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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