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센터 박재갑 원장의 멘트 추가

“빨리 건강해져서 저 언니들처럼 피아노를 치고 싶어요”
지난 2월부터 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윤정(11)양. 이양은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작다. 독한 항암제로 머리카락도 없고 가녀린 팔목엔 주사바늘 자국이 선명하다. 아프기 전 체르니 30번까지 배웠다. 병이 나아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그 날을 꿈꾸며 음악회를 지켜봤다.

지난 21일 국립암센타에서는 작지만 따뜻한 음악회가 열렸다. 한수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암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마련한 것. 기타에 남기정, 이도현군, 전예원양, 키보드 이가혜양, 첼로 김소은양, 바이올린에 이은성, 김주혜양, 플룻에 김현정양.

초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이 작은 아이들은 이번 연주회를 위해 3일 동안 합숙훈련을 했다. 코피까지 흘리며 힘들게 연습했지만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바이올린의 김주혜양은 “연주를 하다가 암으로 투병하는 어떤 꼬마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 아이가 우리 음악을 듣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김종민(42플룻 김현정양 어머니)씨는 “암환자보다 옆에서 고통을 지켜보는 보호자들이 더 힘들어한다”며 “어디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가족들에게 이번 음악회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시간 이미정(61)씨의 남편은 폐암으로 수술을 받고 있었다. 남편은 수술실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아내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기도한다. “좋은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져요. 이런 음악회를 하는 학생들이 너무 고마워요. 남편이 다시 건강해지리라 믿어요” 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이 날 위문공연을 한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좋은 음악가가 되라고 격려했다.
또한 박원장은 "암센터에도 피아노를 한대 마련해 언제든지 이런 공연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사랑의 인사, 징글벨 등 모두 10여곡이 연주됐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마법의 성'은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암과 싸우며 고통받고 옆에서 지켜보며 지친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아 준 작은 음악회.
아직 어린 학생들이 이 겨울 어려운 이들에게 준 이 선물이 결코 작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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