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환의 신자산어보]혹돔①

물고기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녀석들이 꽤 있다.
그렇다면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물고기들은 어떤 녀석일까? 대부분이 인기어종이다. 감성돔, 벵에돔, 참돔은 물론이고, 미끈하게 잘 빠진 청새치, 흑새치 정도다. 그리고 가장 큰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녀석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백상아리’다. 필자는 바다에서 실제로 백상아리를 본적은 없다. 하지만 몇몇 대형 수족관에서 백상아리를 본적이 있는데 요즘 말로 ‘카리스마 짱’이다. 그 유유한 몸놀림하며 균형 잡힌 몸매 그리고 강력한 눈빛… 일단 그런 이야기는 다음 기회를 통해서 하고, 오늘은 이 녀석들과는 어쩌면 정반대일지도 모르는 녀석, 한마디로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에 가까운 녀석의 이야기다.

성어가 되면서 머리에 ‘혹’ 생겨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녀석은 바로 ‘혹돔’이다. 특히 낚시꾼에게는 불청객 대접을 받는 불쌍한 녀석이다. 혹돔은 말 그대로 이마에 혹이 나있어 그렇게 불리는 녀석인데 새끼일 때는 혹이 없다가 성어가 되면 혹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른 물고기들은 몸길이를 재거나 무게를 많이 재는데 반해 혹돔은 이마에 혹만 봐도 어느 정도 씨알인지 알 정도로 혹이 대표적인 상징이다. 혹돔은 암수 한쌍 혹은 혼자서 돌아다닌 습성이 있고, 힘도 센 편이다. 낚이기에 따라서 틀리지만 보통 갯바위낚시에서 낚였다하면 40cm급 이상에서 최대 미터급까지 낚인다. 필자가 본 혹돔은 보통 40cm급 전후가 대부분이다. 그 정도 씨알이면 이마에 혹은 조그맣다.
혹돔은 이름이 돔이라서 돔과에 속하는 녀석인 것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은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한 녀석이다. 이름이 돔이라고 해서 다 돔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에도 밝힌 적 있다. 벵에돔도 돔과가 아닌 황줄깜정이과지만 워낙 인기가 있다보니 사람들이 돔 종류에 넣어준 것뿐이다.

귀한 감성돔과 입질 비슷해 찬밥

사실 자리돔과 혹돔이 잡어 취급을 받다보니 설움 아닌 설움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혹돔이 잡어 취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입질성향 때문이다. 혹돔의 입질은 감성돔과 유사하다. 서식지도 감성돔과 비슷한 갯바위 주변이고, 먹이도 감성돔과 마찬가지로 거의 잡식성이다. 그러다 보니 감성돔을 부른다는 것이 혹돔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기의 입질유형도 거의 감성돔 수준이다. 찌가 스물스물 빨려들어 갈 듯 보이는 것은 감성돔과 똑같다. 낚시꾼은 나름대로 긴장할 것이다. 옳지 대물 감성돔이 접근했구나 하는 기대감이 잔뜩 몰려 올 것이다.
필자는 2005년 갯바위에서 감성돔낚시를 촬영하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몇 시간 동안 입질 한번 못 받다가 사뭇 갯바위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시작된 찌의 움직임. 찌가 미묘하게 그리고 천천히 밑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걸 본 낚시꾼 A 씨가 나에게 하는 말 “피디님, 긴장하이소. 나옴니데이…”

나까지 긴장하게 만든 상황. A씨는 마침내 강한 챔질을 시작했고 나에게 “감쉥이 맞십니다. 아따, 이거 5짜 넘겠습니더” 여기서 5짜란 전형적인 낚시용어로 50cm급 씨알을 의미한다. 감성돔은 5짜 이후부터 대물로 인정해준다. 5짜를 넘어서 6짜가 나오려면 3대 조상이 덕을 쌓고 용왕님이 갸륵하게 여기고 하늘에서 점지해줘서 내린다고 했다. 그런 감성돔이 때아닌 여름철에 입질했으니 대단한 사건이었다. 아니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한 사건이 될 뻔했다. 그런데 나의 출연자 갯바위 낚시꾼 A씨는 점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 이게 아인데…” 결과는 초라했다. 기대와는 너무 다르게 혹돔이 나왔던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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