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 일이다. 취재 차 간 시청에서 썩 기분 좋지 못한 일을 경험한 것은. 오늘은 이 ‘썩 기분 좋지 못함’에 대해 얘기해 볼 필요를 느낀다.

기자가 시청 문화예술팀을 방문한 것은 행주산성의 역사공원화 추진에 대해 취재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기사는 나가지 못했다. 지금도 기사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기사가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시로부터 얻은 정보는 이렇다. 2013년에 설립하기로 계획한 행주산성의 역사공원은 2004년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현재 기본계획수립단계에 있을 뿐, 예산확보와 부지매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원래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2006년 관련 법안이 변경됨에 따라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게 됐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은 전시와 교육기능을 가진 역사박물관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담당할 업체를 물색 중(혹은 이미 정해졌거나)에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팀으로부터 들은 결정적 정보(!)는 “기사가 나가면 부지매입과 예산확보 등에 있어 시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쓰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본계획수립 용역업체의 중간보고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독자의 알 권리를 지켜야 할 신문사와 행여 기사가 나감으로 인해 시의 협상력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 사이의 긴장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취재협조보다 기사가 나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1시간 가량 소요한 문화예술팀 관계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설득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설득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쓰지 못한 기자로서의 무력감. 이것이 바로 ‘썩 기분 좋지 못함’의 첫 번째 이유였다. 지역신문사가 시청의 ‘통제 속’에 있게 하는 여러 사례 중 이번 사례가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이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아직도 문화예술팀으로부터 들은 기사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그럴듯한 엠바고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자로서 아직 내공이 부족한 본 기자의 괜한 기분 나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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